내란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2차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한 가운데 공권력 간의 정면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입건된 박종준 전 대통령경호처장이 10일 사직서를 제출하고 경찰에 출석했다. 박 전 처장은 “어떠한 경우에도 물리적인 충돌이나 유혈 사태가 일어나면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 전 처장의 언급이 아니더라도 윤 대통령 체포 과정에서 경찰과 경호처 간에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경찰과 경호처의 움직임을 보면 마음을 놓을 수 없다. 경찰청 비상계엄특별수사단은 체포영장 재집행을 위해 수도권 4개 지방경찰청에 마약사범 등 강력범죄 수사를 맡는 형사 등을 포함해 1000명을 총동원하라는 공문을 보내고 수사 책임자 회의를 열었다. 체포를 막으려는 경호처는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진입구에 차벽과 철조망을 설치하며 요새화했다. 관저 인근에서는 탄핵 찬반 세력들이 연일 시위하며 대치하고 있다. 공수처와 경찰이 윤 대통령을 체포하고 호송하는 과정에서 불상사가 생긴다면 국론 분열이 증폭되고 국가 신인도까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충돌을 막는 해법은 우선 윤 대통령이 “법적·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는 약속대로 자진 출석해 수사에 협조하는 것이다. 더 이상 강성 지지층과 경호처 뒤에 숨지 말고 관저에서 나와 수사에 성실히 응해야 한다. 여야도 분열을 부추기는 행태를 멈춰야 한다. 국민의힘은 당 소속 김민전 의원이 윤 대통령 체포 저지를 위한 ‘백골단’을 자처한 ‘반공청년단’을 국회로 불러들인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야당도 “윤 대통령은 사형선고를 받을 것” 등 자극적인 말을 삼가야 한다. 수사 당국은 체포 및 수사 과정에서 법적 논란이 없도록 해야 한다. 내란·외환죄 외에는 불소추 특권을 갖는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법대로 공수처가 아닌 경찰이 맡는 것이 합당하다. 서울서부지법에 영장을 신청해 논란을 키웠으므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신중해야 할 것이다. 수사를 둘러싼 논란과 갈등을 차단하려면 결국 여야가 위헌적 요소를 없애고 합의한 내란 특검으로 수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도 10일 언론에 배포한 ‘체포영장 집행 관련 메시지’에서 “여야 합의로 위헌 요소 없는 특검법을 만들어 갈등을 해결해달라”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