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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中 추격, 日 부활 조짐…이러다 글로벌 기술 경쟁서 낙오된다


7~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는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한국이 ‘샌드위치’ 신세로 내몰리고 있는 냉혹한 현실을 보여줬다. 중국 기업들은 한국의 주력 산업을 무섭게 추격 중이고 일본 제조업도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미국 다음으로 많은 전시 부스를 차리고 인공지능(AI) 로봇 등 가격 경쟁력에다 기술력까지 갖춘 첨단 제품들을 선보였다. 구자은 LS 회장은 9일 CES 현장을 둘러본 뒤 “중국 기업의 위협이 제일 겁난다”며 가전·자동차는 물론 미래 산업인 AI까지 “앞으로 중국이 전부 확 잡지 않을까 싶다”고 우려했다.

일본 기업들은 실제 사람들이 거주하며 AI 기술을 실험하는 AI 시티,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갖춘 전기차 등을 소개했다. 콘텐츠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존의 가전 기업에서 탈피해 AI 솔루션과 인프라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챗GPT 등 기존의 생성형 AI를 넘어 로봇·자율주행차 등과 결합한 ‘물리적 AI’ 청사진을 제시했다. 아쉽게도 한국 기업들은 기존 제품의 성능 향상에 그쳤을 뿐 뚜렷한 혁신성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대로 가면 자칫 변화를 미루다 위기에 빠진 인텔·보잉·폭스바겐 등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금 주요국들의 첨단 기술 확보전은 속도전으로 펼쳐지고 있다. 승자가 과실을 독식하고 낙오된 기업은 생존을 위협받게 된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제라도 기업들의 혁신 역량 제고를 위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규제 혁파와 초격차 기술 개발, 우수 인재 양성 등을 서두르고 첨단 전략산업에 대해 세제·예산·금융 지원은 물론 보조금 지급까지 검토해야 한다. 여야는 조기 대선 잿밥에만 관심을 두지 말고 연구개발(R&D) 종사자의 주 52시간 예외 적용 등을 담은 경제 살리기 법안 처리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AI 혁명 시대를 맞아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만큼 탈(脫)원전 몽니를 거두고 국가기간전력망확충특별법 처리 등에 협력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올해 통 큰 투자를 단행하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사례를 마중물 삼아 다른 기업들의 과감한 투자를 유도하고 신성장 동력을 점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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