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제 시장이 급속히 커지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18년 만에 비만약 개발 지침을 개정한다. 다만 이 지침에 법적 구속력이 없는 데다 최근 개발 중인 약물들이 대부분 기준을 충족하고 있어 신약 개발 상황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FDA는 최근 ‘비만 환자의 체중 감량을 위한 약물 및 바이오의약품을 개발하는 의뢰자를 위한 지침’ 개정안을 발표했다. FDA는 최근 몇 년 동안 ‘오젬픽·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와 ‘젭바운드’(터제파타이드)와 같은 비만약이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된 상황을 반영하기 위해 지침을 개정한다고 밝혔다.
FDA는 체질량지수(BMI)를 비만약 개발의 핵심 지표로 사용하기로 했다. 또 △체중 감량 약물 개발에 사용되는 임상시험이 어떻게 설계되는지 △BMI에 따라 과체중 또는 비만으로 결정된 환자의 체중 감소를 지속할 수 있는지 △이를 입증할 수 있는지 등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의학적 체중 감량’은 ‘이환율과 사망률을 줄이기 위한 과도한 체지방의 장기적 감소’라 정의했다.
특히 FDA는 ‘최소 5%의 체중 감량’을 비만 치료제 개발 시 효능 기준으로 제시했다. 비만 치료제가 1년 간의 유지량 투여 후 대조군 대비 최소 5% 이상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여야 하며, 이 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는 별도 연구 또는 충분히 검증된 하위 그룹 분석으로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해야 한다고도 명시했다. 안전성 측면에서 심혈관계 평가, 신경정신학적 평가, 면역원성 테스트 등을 포함해야 한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다만 이러한 기준이 신약 개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승인된 비만 치료제인 위고비와 젭바운드는 모두 체중 감소율 10% 이상을 기록해 FDA의 기준을 충족한다. 현재 개발 중인 비만 신약 후보물질들도 대부분 5%의 체중 감량 기준을 충족한다. 바이킹테라퓨틱스의 ‘VK2735’는 임상 2상 시험에서 13주간 투여 후 14.7%의 체중 감량 효과가 나타났다. 최근 암젠은 개발 중인 비만 신약 ‘마리타이드’가 임상 2상에서 최대 20%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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