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 주요 상권 매출이 감소한 가운데 교육 업종만 유일하게 매출 규모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40~50대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노후를 대비해 공인중개사나 사회복지사 등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 불황에 취업 문이 좁아진 20대도 음식·숙박 소비는 줄이고 교육에 지갑을 열고 있다.
11일 상권 플랫폼 ‘오픈몬’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서울 5대 상권(강남·홍대·종로·성수·논현)의 소매·숙박·음식·교육·오락·서비스 업종 매출은 4285억 원으로 전년 동기간 대비 11% 감소했다. 이는 신용카드 및 현금 결제액을 통해 추정한 금액이다. 외식 프랜차이즈 및 편의점 직영점, 대형 호텔 등 법인 매출은 집계에서 제외된다.
다만 업종별로는 매출 감소 폭이 차이를 보였다. 숙박시설 매출은 전년 대비 17% 감소해 주요 업종 중 감소세가 가장 컸다. 이어 음식(-12%), 소매(-10%), 서비스(-18%), 오락(-5%) 등의 순이다. 반면 같은 기간 학원 등 교육 업종 매출은 99억 1200만 원으로 전년(99억 9000만 원)과 유일하게 비슷한 매출 규모를 유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교육 업종 매출을 견인한 건 40대 이상 중장년층이다. 지난해 서울 주요 상권에서 40대가 결제한 교육 관련 금액은 26억 원으로 전년 대비 3% 증가했다. 50~80대도 35억 원으로 6% 늘었다. 반면 10대와 30대는 교육 결제액이 각각 35%, 15% 감소했다.
지난해 40대 이상 연령층의 교육 매출이 가장 크게 늘어난 상권은 강남으로 전년 대비 16% 증가했다. 홍대 상권에서도 40대 이상 교육 매출이 9% 늘었다. 강남의 한 어학원 관계자는 “학생들이 부모 카드로 수강비를 결제하는 경우도 있지만, 최근 들어 퇴근 시간인 저녁 7시부터 넥타이 차림을 한 직장인 수강생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젊은 층 소비 패턴에서도 교육 업종의 비중이 커졌다. 지난해 20대가 서울 주요 상권에서 소비한 음식 결제액은 958억 원으로 전년 대비 14% 줄었다. 이는 주요 업종 중 가장 큰 감소 폭이다. 같은 기간 오락(-13%)과 숙박(-11%), 소매(-9%) 업종도 결제액이 감소했다. 다만 교육 관련 결제액은 1% 줄어드는 데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경기 불황에 젊은 층의 취업 문이 좁아지고, 중장년층의 은퇴 시기가 빨라지면서 교육 업종 매출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20대 취업자 수는 355만 명으로 전년 동월(371만 명)대비 4%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60대 이상 취업자 수는 648만 명에서 678만 명으로 4%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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