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파병된 북한군 병사들이 격전지인 쿠르스크주에서 사실상 '인간 지뢰 탐지기'로 이용되고 있다는 우크라이나군 장교의 주장이 나왔다.
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우크라이나군 제33 분리돌격대대 '빅 캣츠'의 '레오파드'(가명) 중령의 증언을 보도했다. 최근 러시아 쿠르스크주 마흐놉카 마을에서 북한군과 교전을 경험했다는 레오파드 중령은 자신의 경험담을 상세히 소개했다.
그는 북한군이 지뢰밭을 통하는 방법에 대해 '고기 분쇄기' 전략이라고 평가하면서 "우크라이나인들이 지뢰 제거 차량을 투입하는 곳에, 그들은 그저 사람을 이용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로 3~4m 떨어져 일렬로 걸어간다"며 "한 사람이 폭파되면 의료진이 뒤따라가 시신을 수거하고, 사람들은 차례로 그것을 계속한다"고 설명했다. 고기 분쇄기 전술은 적군을 지치게 하고 자원을 고갈시키기 위해 대규모 병력을 끊임없이 투입하는 전술로,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군이 사용 중으로 알려져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4일 마흐놉카 마을에서 교전이 있었다며 이틀 사이에 북한군 1개 대대가 전멸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 뒤 지난 7일 한 개 대대 규모의 북한군이 다시 진격했고, 빅 캣츠와 제61 기계화여단이 이 마을을 탈환하기 위한 작전에 나섰다고 한다.
레오파드 중령은 북한군이 신원 은폐를 위해 러시아군과 한 부대에 섞여 있었다면서 기관총, 유탄 발사기 등 소형 무기와 박격포 정도만 사용했으며, 드론은 쓰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북한군이 드론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다고 본다”며 “전쟁이 길어질수록 이들도 드론을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레오파드 중령은 북한군의 작전 수행 방식에 대해 “잘 훈련되고 신체적으로 건강하지만, 낯선 날씨와 지형 때문에 주변 환경 탐색에 도움을 줄 가이드를 배정 받는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속한 부대가 러시아 가이드 중 한 명을 포로로 잡았지만, 북한군은 생포되는 것을 거부하고 죽을 때까지 싸우거나 도망치려고 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북한군 지휘관들이 인명 손실에 당황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는 레오파드 중령은 “마을에서 밀려난 북한군이 숲에 숨으려고 했지만 우리 열화상카메라가 그들을 쉽게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드론이 그들에게 수류탄을 투하했다”며 "단 15분 만에 북한군 4명이 사망한 것을 봤고, 이틀 간 내가 센 사망자가 120명이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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