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기온이 영하 8도까지 떨어지며 강추위를 보인 12일 아침,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는 보수·진보 지지자들의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재청구하고 법원이 이를 발부한 지 5일이 지나 영장 집행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관저 인근 집회 현장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날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 인도와 도로를 점거하고 집회에 나선 양 측 지지자들은 불과 십수 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대통령 ‘체포’와 ‘사수’를 외치고 있었다. 반대 진영의 지지자가 그 반대편의 집회 장소를 지나자 조롱과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현장 질서를 유지하고 있는 경찰은 큰 싸움으로 번지기 전 다툼을 막는 모습이었다.
전날 밤을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지새웠다는 한 진보 집회 참석자는 “어제 광화문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하고 곧장 한남동으로 와서 은박지(보온 담요) 덮어쓰고 밤을 보냈다”면서 “앞서 몸이 안 좋아져 이틀 입원도 했는데 뜻을 전하기 위해 또 나왔다”고 말했다.
한겨울 강추위 속에 장시간 집회를 이어가는 참가자 대부분이 중장년층인 탓에 건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관저 인근에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경기 구리에서 왔다는 한 보수 집회 참여자는 “매번 현장에 나오지만 주장하는 것은 똑같다”라며 “야당의 입법 폭주에 자유대한민국이 넘어가지 않도록 앞으로도 계속 현장을 찾을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에 신고된 양 측 집회 참석 인원은 총 2만 3000명이다. 이들이 서로 가까운 거리에서 각자의 집회를 이어가는 만큼 경찰은 두 단체가 맞닿아 있는 지점에 대해 경계수위를 높이고 경력을 배치하고 있다.
용산구청도 대규모 인파 밀집에 대비하고 있다. 이날 ‘용산구’라고 적힌 노란 조끼를 입고 경광봉을 든 자원봉사자들이 한강진역과 대통령 관저를 연결하는 육교와 인도에 집중배치돼 안전 관리에 나서는 모습이었다. BMW 한남 전시장 앞 육교에서 만난 한 자원봉사자는 “사람들이 많이 몰리면 우측통행을 철저히 하도록 통제하는 등 통행 안전을 위해 용산구 주민들이 나왔다”고 말했다.
집회 현장 인근 건물에 입점하고 있는 업체들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시설물 관리에 나서고 있다. 건물 입구에 ‘출입금지’ 안내문을 부착하는 한편 계단 아래에는 접근을 막는 차단띠를 설치하기도 했다.
한 자동차 전시장 관리인은 “간이 화장실이 이렇게 설치되기 전에는 건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매장 영업에 지장이 컸다”면서 “밤이 되면 계단에 짐을 두거나 쓰레기를 버려두기도 하는데 이를 저지하면 욕설이 날아오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한편 경찰은 박종준 대통령 경호처장에 대한 2차 조사를 전날 진행하는 등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 경호처 지휘부에 대한 수사의 칼날을 겨누고 있다. 경찰은 박 처장을 포함해 이진하 본부장, 김성훈 경호처 차장, 이광우 경호본부장 등 4명을 입건했다.
지휘부가 대거 경찰에 입건되면서 체포영장 집행을 위한 관저 진입이 보다 수월해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경호처가 관저 입구에 차벽 등을 치고 영장 집행에 대비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경찰 측에서도 준비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 체포가 현실로 옮겨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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