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대성당이 지난해 12월 8일 성대한 개방 행사와 함께 재개관했는데 그 어느 때보다 눈부시게 빛나 보였다. 2019년 4월 15일 발생한 화재 이후 복구 작업에 5년 8개월이 걸렸다.
화재 발생 당일 전 세계는 끔찍한 불길이 확산되는 것을 무기력하게 지켜봤다. 건물의 완전한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었지만 파리 소방관들의 신속하고 지혜로운 개입 덕분에 보존이 가능했다. 노트르담 재건은 지난 5년 동안 프랑스의 국가적 우선 사안이었다.
150개국의 법인 및 기관을 포함해 34만 명에 달하는 기부자들이 약 8억 5000만 유로를 기부해 재건축에 사용됐다. 모두가 알고 있는 노트르담은 고딕건축의 걸작이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대성당 중 하나다. 그러나 프랑스인에게 노트르담은 그 이상을 의미한다. 파리, 프랑스, 그리고 그들의 가치를 상징하는 성스러운, 시대를 초월하는 특별한 상징물이다. 지난 860년 동안 노트르담은 모든 사람, 나아가 비기독교인들의 삶에도 영감과 평안한 마음을 주고 하나가 되는 랜드마크 역할을 해왔다. 노트르담 방문객은 건축 이래로 10억 명 이상에 달했다. 또 매년 1300만~1400만 명이 찾는다. 이는 에펠탑 방문자의 두 배에 이르는 수치다.
노트르담을 재건할 때 여러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됐다. 그중 하나가 외관을 현대화하는 것이 적절한지였다. 국민들과의 논의 후 노트르담은 정체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결론이 비교적 빨리 내려졌다. 이를 위해서는 원래의 외관과 상징적·문화적 유산을 보존해야 했다. 그럼에도 공정은 새로운 기술과 현대 자재를 이용해 진행됐다.
모두가 노트르담이 복원돼 가능한 한 빨리 대중에게 돌아가기를 원했으며 파괴적인 화재의 외형을 잊기를 원했다. 5년이라는 기간이 빠르게 결정됐으며 이는 2024년 파리 올림픽 개최와도 시간이 일치했다. 대규모 작업을 진행하기에는 충분히 긴 시간이었다.
당국은 전문가와 전문 기관의 의견뿐 아니라 일반 대중의 의견도 반영했다. 작업 방향에 대한 협의를 통해 대중의 폭넓은 지지를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와 작업은 투명하게 이뤄졌으며 광범위한 미디어 보도를 통해 모두가 이 프로젝트에 동참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건물의 기초를 강화하고 안전성을 보강하는 것이 기초 복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여겼다. 이는 향후에 있을지도 모르는 어떤 붕괴나 중대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표면적으로 2019년 4월 15일과 2024년 12월 3일 서울에서 발생한 사건들 사이의 공통점을 찾기 어렵다. 그러나 깊이 생각해보면 두 사건 모두 완전히 예측할 수 없는 충격적인 상황이었고 프랑스와 한국인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큰 트라우마를 유발했다. 두 경우 모두 국회와 소방관들의 신속하고 현명한 개입이 없었다면 중요한 유산이 소실되고 국가의 존망이 위태로울 수 있었다.
우리는 노트르담의 부활 정신이 한국에 영감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최근의 사건들이 정치적·제도적 기반을 강화하는 기회가 되고 국가는 폭넓은 시민이 민주주의 부활에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함께 어우러지는 세상이 펼쳐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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