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과정을 밟는 교육생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정부기관들의 판단이 잇따르고 있다. 그동안 교육생은 근로기준법 밖 사각지대에서 열악한 근무환경에 놓였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 상황의 원인 중 하나는 정부의 행정해석 때문이다.
12일 하은성 샛별노무사사무소 노무사에 따르면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달 9일 A씨가 데이터라벨링 서비스업체를 상대로 한 부당해고 구제신청에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A씨는 작년 7월 1일부터 같은 달 11일까지 직무 교육을 받은 후 정규직으로 업무를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12일 해고됐다. 쟁점은 A씨와 사측의 근로관계 성립 여부다. 근로관계가 성립했다면 부당해고를 다툴 수 있다.
지노위는 “(A씨에 대한) 업무 교육은 (사용자성을 가리는) 지휘·감독 아래 종속적으로 이뤄진 근로의 제공 과정”이라며 “(그동안) 업무 교육을 마친 근로자는 별도 교육이 없었다, (A씨가 받은 업무 교육은) 직무교육적 성격이 강하다”고 근로관계를 인정했다. 지노위는 A씨를 근로자로 봤기 때문에 사측이 근로기준법상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는 해고 절차를 어긴 것으로 판정했다.
이번 판정은 작년 7월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부천지청이 콜센터 교육생 B씨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판단과 맥락이 같다. 당시 사측인 콜센터는 B씨에게 제대로 된 교육수당을 주지 않았다. 부천지청은 이를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보고 근로감독을 했다.
두 판정은 고용부가 25년동안 유지한 교육생에 대한 행정해석 변경을 압박하고 있다. 고용부는 2000년 ‘업무 능력이나 적격성 여부 판단을 위한 교육을 통한 수료실적에 따라 채용이 결정되면 사용종속관계가 없다’는 행정해석을 내놨다. 이 행정해석에 따라 수많은 교육생이 정당한 임금을 받지 못하고 부당한 해고를 당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이들 사건은 교육생 특성 상 피해금액이 적어 대법원까지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대법원 판단이 없기 때문에 고용부가 행정해석 변경을 미루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A씨의 사건을 맡은 하 노무사는 “그동안 노동위 사건들은 채용 내정 법리로만 접근해 장기간 근로에 준하는 교육을 받은 사실을 설명하지 못했다”며 “이번 판정이 교육생의 법적 지위에 대한 이정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은정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도 “사용자가 면접시험 합격자인 구직자에게 직무교육을 하고 평가로 채용하는 것은 사용자가 업무 성과를 최대화하려는 것”이라며 “(동시에)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지휘명령이 최적화되는 과정인만큼 이 구직자는 근로를 제공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서울지노위와 같은 판단을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