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새해가 시작되자 올 한해 전개될 글로벌 세상을 예견하는 전망들이 쏟아지고 있다. 전쟁, 테러 등 지정학적 불안의 지속, 고령화 및 양극화에 의한 사회적 갈등 확대, AI 기술 발전에 따른 경제사회적 파장 증가, 미중간 기술경쟁 격화 등 여러 위험과 불확실성 요소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변동요인은 트럼프의 귀환이다.
전 세계가 이미 수년전에 트럼프 1기를 경험했음에도 당시 보여줬던 파격적인 의사결정과 예측불가능한 행동으로 인해 트럼프의 재집권은 글로벌 정치 및 경제질서의 불확실성을 크게 높이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우는 트럼프는 미국의 위상과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국제정치, 경제, 안보 등 모든 분야에서 기존 질서를 변화시킬 것으로 예견된다. 공공연히 강조해 온 관세장벽 강화는 국제무역질서를 어지럽힐 것이며 이미 한창 진행 중인 글로벌 공급망 개편도 미국의 이익을 내세워 변화를 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기업가적 계산이 우선하는 그의 정치 스타일로 인해 구체적인 변화의 내용을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상황과 환경변화에 따라 이익의 기준이 달라지고 선택이 변화할 수 있어 이전에 추진했던 정책들을 다시 일관되게 추진할지도 불확실하다.
트럼프의 독특한 정치스타일은 장기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하는 연구개발분야에서 변화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집권 1기에 많은 정부예산을 사용함에도 단기적으로 가시적인 성과창출이 어려운 연구개발부문에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연방정부의 연구개발예산 삭감을 시도했을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환경, 신재생에너지, 보건의료분야와 같이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지지만 회수의 불확실성이 높은 분야, 기업에 비용부담을 주는 분야들에 대한 연구개발정책의 역할에 비판적이었다.
그러나 트럼프의 의사결정 스타일에 비추어 볼 때, 이전에 축소하고자 했던 분야라도 미국의 패권강화에 중요하거나 중국기업과의 경쟁에서 필요한 분야라면 입장을 선회할 수도 있어 예단하지 말고 유연하게 살펴봐야 한다. 또한 모든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AI분야, 차세대 전략분야인 양자기술분야, 미국의 군사적패권 강화와 직접 연계된 우주, 국방분야에 대한 트럼프의 정책과 투자는 크게 확대될 것이다.
그러나 이들 분야도 효율성과 성과 창출을 강조하는 정부혁신의 영향으로 실용적 연구개발을 강화할 것이며 규제완화를 통해 기업의 신기술 구현과 신산업경쟁력 제고에 집중할 것이다.
반면 기술패권 경쟁국인 중국과의 기술협력 및 기술거래에 대한 트럼프의 통제는 일관되고 더욱 강화될 것이다. 트럼프의 중국 압박은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더 큰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트럼프의 압박이 중국을 기술자립화에 매진하게 해 오히려 중국의 기술수준과 확보 속도를 높이는 자극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중국은 AI, 양자, 바이오, 우주, 이차전지 등에서 우리의 기술수준을 넘어 미국과 견줄 수 있는 단계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대외적으로 높은 불확실성 속에서 국내 상황은 정치적 불안정성이 높고 경제도 흔들려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은 1%대로 낮아질 전망이다. 국가경제를 지탱해 온 반도체산업의 기술경쟁력이 흔들리고 자동차, 조선, 화학, 이차전지 등 주력산업들의 글로벌 시장경쟁력은 중국에 추월당하거나 위협받고 있다.
국내기업들의 경쟁력 하락은 대내외적 환경이 어려운 점에 일정 부분 기인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기술경쟁력의 부족이다. 지금의 혁신경제체제에서 개별기업의 기술경쟁력은 기업만의 역량이 아닌 정부, 대학, 연구기관 등 국가혁신주체들의 혁신역량과 연구생태계의 토대 위에서 성장하고 발전한다. 국내기업과 산업경쟁력이 하락하고 있다는 것은 국가혁신체계의 혁신역량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과 연계된다.
트럼프 시대의 높은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트럼프 정책에 단답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복합적이고 종합적인 과학기술혁신전략이 필요하다. 트럼프 스타일에 유리한 국내산업을 우선적으로 지원하면서 이후 포스트 트럼프시대의 신산업 경쟁력을 고려한 전략적 균형을 찾아야 한다.
특히 미국 주도의 AI시대로의 혁명적 전환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AI 혁신생태계에 대한 진단과 혁신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부족한 인재와 자원을 극복하기 위해 산학연과 정부가 공동협력하는 한국형 혁신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시스템 혁신도 시급하다.
나아가 단단한 산학연 혁신생태계에서 창출된 성과가 글로벌 신시장과 신산업을 선도하는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국내시장의 혁신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가 먼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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