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년간 현대 컴퓨팅 기술을 뛰어넘는 계산 능력으로 다양한 분야를 혁신할 잠재력을 가진 양자컴퓨팅이 큰 주목을 받게 됐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전자기기들의 대부분, 특히 컴퓨터와 스마트폰에서 사용되는 마이크로프로세서와 반도체는 주로 실리콘을 기반으로 제작된다. 양자컴퓨팅은 양자역학의 특이성, 특히 양자 비트 또는 큐비트를 활용해 전통적인 컴퓨팅의 한계를 초월하여 현재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처리 능력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기존 컴퓨터가 합리적인 시간 내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양자컴퓨터가 해결할 수 있음을 입증하는 소위 양자 우위라는 개념은 2019년 구글 AI 퀀텀이 개발한 양자 프로세서 시커모어가 그 당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 IBM 서밋으로 푸는 데 1만 년이 걸리는 복잡한 문제를 200초 만에 풀어 증명했다. 그리고 지난해 말 구글은 현존하는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로 푸는 데 10의 25승 년이 걸리는 문제를 단 5분 만에 풀 수 있는 양자칩 윌로를 공개했다. 특히 양자컴퓨터의 최대 난제인 오류 문제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양자컴퓨팅의 핵심 요소는 큐비트이다. 기존 비트와 달리 큐비트는 두 가지 기본 양자 현상인 중첩과 얽힘을 활용한다. 중첩은 큐비트가 동시에 0과 1의 상태를 모두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 특성은 양자컴퓨터가 한 번에 여러 계산을 수행할 수 있게 해줘 추가되는 큐비트마다 지수적으로 컴퓨팅 능력을 증가시킬 수 있다. 얽힘은 큐비트가 서로 깊이 연결돼 한 큐비트의 상태가 다른 큐비트의 상태에 즉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현상이다. 이 특성은 큐비트 간 즉각적인 정보 전달을 가능하게 해주며 양자컴퓨터의 속도와 보안을 책임진다.
양자 게이트는 큐비트의 상태를 조작하는 양자 알고리즘의 기본 작동 단위로 기존의 반도체 논리 게이트와는 달리 양자역학의 특성을 활용한다. 예를 들어 하다마드 게이트는 큐비트를 중첩 상태로 변환하며 CNOT 게이트는 두 큐비트를 얽힘 상태로 만드는 데 사용된다. 이러한 양자 게이트를 조합해 특정 계산을 수행할 수 있는 양자 회로가 구성되는데 양자 회로는 큐비트 상태의 변환 및 얽힘을 통해 기존 컴퓨터로는 처리하기 어려운 계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된다. 현재 큐비트의 양자 특성(중첩과 얽힘 등)을 잃지 않도록 유지하면서 원하는 계산 작업을 정확히 수행할 수 있는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양자 회로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기존 컴퓨팅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양자컴퓨팅에서도 소프트웨어 또한 매우 중요해 다양한 양자 알고리즘들이 개발되고 있다. 예를 들어 암호 해독의 경우를 살펴보자. 공개 키 암호 방식의 하나로 암호화뿐 아니라 전자서명도 가능해 보안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RSA 알고리즘은 큰 수를 소인수분해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데 기반하고 있다. 쇼어 알고리즘은 대형 정수를 효율적으로 인수분해할 수 있게 해줘 RSA 알고리즘을 무력화할 수 있는 것이다.
양자컴퓨팅에서의 주요 도전 과제 중 하나는 최근 구글이 일부 해결했다고 자랑한 양자 붕괴와 잡음으로 인한 오류율이다. 이는 양자 연산의 신뢰성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양자 오류 수정 기법을 개발하는 것은 양자컴퓨팅이 실용화돼 활용되는 데 필수적이라 하겠다. 또 하나의 도전 과제는 확장성 및 상업적 실행 가능성이다.
모든 혁신 기술들이 명과 암을 가지고 있듯이 양자컴퓨팅도 장밋빛 미래만 보여주고 있지는 않다. 쇼어 알고리즘으로 인해 현재의 암호화 방법을 해독하고 무력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임에 따라 양자컴퓨팅은 사이버 보안 및 개인정보 보호 분야에서 기존 모든 체계를 혼란에 빠뜨리게 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들도 해결해나가면서 양자 기술은 크게 발전해갈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는 독일 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가 양자역학의 근간을 다진 지 100년을 기념하는 ‘양자기술의 해’이다. 아직은 전 세계가 초기 개발 단계이므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하드웨어를 설계하고 뛰어난 알고리즘을 개발한다면 늦게 출발한 우리나라도 양자컴퓨팅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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