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히로시마로 불리는 경남 합천에 원폭피해자 추모시설이 연내 착공될 전망이다.
12일 합천군에 따르면 추모시설 건립은 합천읍 영창리 443번지 일대에 59억 9700만 원을 들여 총면적 4600㎡ 규모의 추모관과 추모비, 추모광장을 짓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또 기존 원폭 피해 관련 시설인 원폭피해자복지회관, 원폭 자료관 등과 연계하는 복합 공간을 조성할 계획도 수립 중이다. 현재 군은 보건복지부 실시설계 공모 단계를 밟고 있으며 올 하반기에 착공해 2027년 1월 완공할 계획이다.
합천에는 1996년 한·일 양국 정부 지원으로 원폭 피해자에게 숙식을 제공하는 원폭피해자복지회관이 있다. 또 2017년 8월에는 원폭 자료관도 들어섰는데 이들 두 시설과 연계한 추모시설을 만들겠다는 게 군의 구상이다.
다만 당초 계획보다 규모 등은 축소돼 추진된다. 사업은 애초 세계평화공원 조성계획에서 출발했다. 이후 2021년 원폭피해자지원위원회는 556억 원을 들여 합천에 세계평화공원을 조성하는 계획을 만장일치로 결정했지만, 이듬해 보건복지부 용역 과정에서 사업비가 328억 원으로 축소됐고, 여기서 또 한 차례 59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군은 향후 추모시설이 원폭 피해 희생자 추모와 비핵·평화를 가르치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기존 추모 공간인 위령각이 있지만 공간이 협소하고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패를 추가로 안치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추모시설 공원이 연내 건립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원폭피해자협회가 일본 내무성 경보국 발표를 바탕으로 만든 자료에 따르면 1945년 8월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로 두 지역에서 발생한 피폭자는 전체 약 74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 중 한국인 피폭자는 약 10만 명으로 70∼80%가량이 합천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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