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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STX다롄 '담보권 미설정' 재판 뒤집혔다…법원 “산은, 신한·우리銀에 150억 줘라”

산은, 신한·우리 등과 STX 다롄 조선소 투자

조선소 파산 후 ‘유효 담보권 취득’ 못해

신한·우리 300억 규모 손해 배상 제기

2심 재판부 1심 원고패 판결 뒤집어

재판부 “산은, 대리인으로 주의의무 소홀”





중국 STX다롄조선소의 청산 과정에서 한국산업은행의 실수로 유효한 담보권을 취득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2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법원은 산업은행의 담보대리인 주의 의무 범위를 원심보다 폭넓게 판단하며 결과를 뒤집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8-2부(박선준·진현민·왕정옥 부장판사)는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한국산업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1심 판결 중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63억 3999만 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지난달 판결했다.

신한·우리은행 등은 산업은행과 함께 2007년 STX해양을 통해 STX다롄조선소에 약 3000억 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을 내줬다. 신디케이트론은 두 개 이상의 은행이 차관단을 구성해 동일한 조건으로 기업에 자금을 빌려주는 대출 방법이다. 문제는 STX다롄조선소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파산하면서 발생했다. 중국에서는 중국 내 채무자가 해외 채권자에게 담보권을 설정할 경우, 이를 중국 외환당국에 신고하는 대외담보등기제도가 있다. 그러나 이 대외담보등기가 설정되지 않아 신한·우리은행 등은 조선소 청산 과정에서 빌려준 자금을 전부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신한·우리은행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대출 과정에서 담보권 설정을 제대로 하지 않아 생긴 문제라며 300억원 대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산업은행이 유효한 담보권을 취득하지 못한 것에 대해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보았다. STX다롄조선소가 제공한 담보권의 유효성을 스스로 검토하고 담보권 설정을 위해 대외담보등기를 적극적으로 요구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즉, 재판부는 산업은행이 대출약정에 규정된 내용만 의무로 부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원심과 달리 판단했다. 재판부는 산업은행이 담보대리인으로서 원고들이 1순위 저당권을 적법하게 취득할 수 있도록 대외담보등기 절차가 제대로 이행됐는지 확인할 의무가 있었으며, 이를 위반해 중대한 과실을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출 약정 조항 등을 보면 피고가 담보대리인으로서 위임받은 사무는 구체적으로 명시된 사무에 한정되지 않고 ‘1순위 저당권 취득’이라는 목적에 비춰 합리적으로 도출되는 묵시적 범위 내의 사무까지 포함한다고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의 대외담보등기 제도는 중국과 거래하는 기업 등에게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며 “산업은행은 금융기관으로서 해외 신디케이티드론에 대한 경험과 전문성이 있으며, 해당 제도에 대해 일반인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법원은 산업은행의 배상액을 40%로 제한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저당권설계 계약을 체결하면서 피고와 원고들 사이에 수차례 공문을 주고받으며 의견을 교환했기 때문에 원고들도 해외금융거래 경험이 있는 금융기관으로서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대외담보등기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할 가능성이 있었다”고 판시했다.

이응교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주의의무 위반을 판단할 때 계약서 내용이 불명확해 다툼이 생길 경우, 업계의 거래 관행이나 여러 제반 사정들이 고려될 수 있다”며 “이번 2심은 1심에 비해 범위를 폭넓게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해당 사건은 대법원의 판단을 받을 예정이다. 양측 모두 상고장을 제출한 상태다. 이 변호사는 “2심이 기존의 판결 추세를 뒤집는 판결을 한 것으로 보인다면, 대법원에서도 심리불속행 기각보다는 본안에 대해 심층적으로 심리를 진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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