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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퍼빙' 대신 아이와 눈맞춤

황옥경 육아정책연구소장

황옥경 육아정책연구소장




사람들간 소통과 관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스마트폰의 기능이 역설적으로 개인과 개인 간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감소시키며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도구가 되고 있다. 최근 스마트폰을 보느라 물리적으로 함께 하고 있는 상대방과의 의사소통을 소홀히 하거나 무시하는 행위를 묘사하는 '퍼빙(phubbing)'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퍼빙은 전화(Phone)와 무시(Snubbing)의 합성어로, 퍼빙 행동은 인간관계의 질과 상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

스마트폰 때문에 상호작용이 중단되는 퍼빙 행동은 부모 자녀 관계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어린 자녀를 먹이고, 재우고, 함께 놀이하는 등 반복되는 매일의 육아 일상이 단조롭다고 느끼고, 아이를 돌보는 중에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스마트 폰의 사용은 육아기 부모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가족 및 친구 등과 소통을 이어가는 한 방편이기도 하다. 때때로 부모들은 더 나은 육아 정보를 검색하기 위해서 소셜 미디어 혹은 블로그에 접속해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이처럼 퍼빙 패어런팅은 부모가 자녀와 함께 있는 육아 일상의 매 순간에 일어난다. 자녀를 더 잘 양육하기 위한 정보수집 목적이라도 자녀와 함께 있는 동안 인터넷을 검색하는 시간이 길어지게 되면, 결과적으로 부모는 자녀를 더 많이 퍼빙하게 된다.



부모의 퍼빙 패어런팅이 자녀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그 어느 인간관계에서보다도 강력하다. 스마트폰에 고정된 부모의 시선은 자녀와의 근본적인 눈 맞춤을 방해해 부모 자녀 상호작용과 건강한 발달을 저해한다. 눈을 마주치는 것은 사람들 간 의사소통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 부모와 자녀 사이의 애착 발달에 기본이 된다. 눈 맞춤은 자녀에게 부모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단서를 제공하며, 영유아의 안전과 안정감에도 영향을 미친다. 또한 자녀에게 자신이 살아갈 세상과 어떻게 친숙해질 수 있는지를 알려주기도 한다. 부모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다 보면 자녀에게 건성으로 대답할 수 있고, 자녀가 보내는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할 수가 있다. 부모는 자녀의 요구를 오해할 수 있으며, 정서적 불편과 어려움 등에 적절하게 반응할 수 있는 때를 놓쳐 자녀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부모의 퍼빙행동은 자녀가 자신을 중요하지 않은 사람으로 느끼도록 하며, 부모의 관심을 얻기 위해 스마트폰과 경쟁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자녀들은 스마트폰으로부터 부모의 관심이 멀어지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 짜증이 나고 힘들며, 때로 좌절감, 슬픔까지 느낀다.

올해에는 자녀와 함께 있을 때, 퍼빙 행동을 줄여나가자. 더 이상 아이들이 부모의 눈길을 얻기 위해서, 그리고 부모와 소통하기 위해서 부모의 스마트폰과 경쟁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스마트폰 등 IT 기기가 부모와 시간을 보내고 싶은 자녀들의 경쟁 상대가 돼서는 안 된다. 먼저, 가족들과 식사할 때만이라도 휴대폰을 멀리 두는 원칙을 세우고, 실천해 보자. 퍼빙 패어런팅을 줄이면 ‘좋은 부모’가 되는데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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