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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선수법] 일인은 만인을 위해, 만인은 일인을 위해

■한창훈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근간 흔드는 보험사기행위

한창훈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사진 제공=법무법인 화우




독일의 경제학자 알프레트 마네스(Alfred Manes)는 ‘일인은 만인을 위해, 만인은 일인을 위해(One for all and all for one)’라는 말로 상부상조라는 보험의 본질을 표현했다. 이 말대로 보험은 여러 사람이 보험료를 지불해 공동의 기금을 조성하고, 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기금으로 손실을 보상함으로써 개인의 위험을 다수와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보험의 역사는 장구하다. 약 4,000여 년 전 함무라비 법전을 통해 고대 바빌로니아인들이 선박의 침몰에 대비해 계약을 맺고 위험단체를 구성한 것을 알 수 있다. 또 기원전 916년 공표된 로디안 해법은 풍랑을 만난 배가 침몰을 피하기 위해 일부 화물을 바다에 버릴 때, 모든 화주들이 분담금을 갹출해 투하물 주인의 손해를 보전하도록 정해 놓았다. 개인의 손실 위험을 다수와 공유한 사례들로 이미 고대에 현재와 유사한 보험 제도가 활용되었음을 보여준다. 로마 제정 시대에 조직된 콜레기아(Collegia Tenuiorum)는 하층민들이 회비를 부담해 회원의 사망 시 장례비와 유가족을 위한 부조금을 지급하는 일종의 상호부조형 보험이었다.



장구한 역사와 좋은 취지를 가진 보험제도도 소리 없는 대재앙(The Quiet Catastrophe)으로 불리는 보험사기 탓에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1조 1164억원.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 보험사기 적발 금액이다. 2013년 5,190억원에서 10년 만에 2배 이상 규모가 커졌다. 13억대 보험금을 타내려고 전 남편과 아버지를 살해한 모자, 8억원의 보험금을 목적으로 수영도 못하는 남편을 4m 바위에서 다이빙하도록 종용해 익사시킨 아내. 신문 사회면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표적인 보험범죄 사건들이다. 보험사기에 꼭 흉악한 범죄자들만 연루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몸이 아파 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무심코 브로커의 허위 통원입력 등의 제안에 넘어가 보험사기에 연루되는 사례도 늘고 있어 주의를 요한다.

보험사기행위는 형법상 사기죄뿐아니라 보험사기방지특별법에 따른 보험사기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특히 지난해 8월 14일 개정된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은 보험사기 행위를 알선 유인·권유·광고하는 행위만으로도 처벌하도록 했다. 처벌 수위도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대폭 높아졌다. 보험사기는 보험사의 구조적 적자와 선량한 보험가입자의 보험료 인상이라는 악순환으로 보험산업 전체를 위축시키고 우리 사회전반의 도덕적 기초 붕괴를 가져올 수 있어 폐해가 크다. 보험제도가 ‘일인은 만인을 위해, 만인은 일인을 위해’라는 본래 취지에 맞게 건전하게 운영돼 사회안전망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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