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덴마크령 그린란드에 대한 야욕을 드러내면서 노르웨이령 스발바르제도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노르웨이와 북극점 사이에 위치한 스발바르제도는 북극 패권의 중심지로, 전략적 가치가 매우 높다.
11일(현지 시간) 폴리티코는 북극의 광대한 광물 자원과 주요 항로를 차지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트럼프의 그린란드 야욕이 커지고 있는 배경에는 러시아의 북극 영향력 확대 차단이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 2기 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내정된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은 이달 8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는 그린란드만이 아니라 북극에 관한 문제다. 러시아가 북극의 왕이 되려 한다”며 “이건 중요 광물, 천연자원, 석유와 가스, 우리의 국가 안보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극에서 미국이 러시아를 저지하고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북극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그린란드 점령에 대한 집착이 러시아 등 경쟁국들에 제국주의적 행동을 하도록 자극할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스발바르제도가 북극 지역을 둘러싼 영토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슬로에 있는 노르웨이 프리드쇼프난센연구소의 안드레아스 외스트하겐 연구원은 “트럼프의 발언이 러시아나 중국을 자극해 ‘국익 추구를 위해 다른 나라에 군사력을 사용하는 것이 국제 관계에서 정당한 수단으로 여겨질 수 있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에서 꽤 멀리 떨어진 그린란드보다 핀란드 국경, 스발바르제도 등 다른 목표물을 더 우려해야 할 것”이라며 “나는 그곳들이 그린란드 자체보다 더 취약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토레 비그 오슬로대 정치학 교수도 “스발바르가 북극 안보와 관련된 협상 카드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며 “미국이 (그린란드 점령으로) 국제 조약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모든 것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러시아는 일찍이 스발바르제도의 전략적 가치를 인식하고 상당한 영향력을 확보해왔다. 스발바르제도는 러시아 북방 함대가 대서양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지나야 하는 해로를 따라 자리 잡고 있으며 북극 천연자원에 대한 접근성도 뛰어나다.
스발바르제도의 거주민은 약 2500명으로 이 중 노르웨이인이 70% 이상, 러시아·우크라이나인이 20% 미만을 차지한다. 특히 소련 시대부터 거주해 온 러시아인들이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바렌츠부르크에 모여 사는 등 상당한 영향력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920년 체결된 스발바르 조약이 이 지역의 불안정성을 키운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는 모든 조약 가입국에 스발바르의 접근권은 물론 어업·광업·상업 활동을 허용하고 있다. 미국·러시아·일본·중국 등 46개국이 조약에 서명했으나 지리적으로 가까운 노르웨이와 러시아만이 실질적인 경제권을 행사하고 있다.
스발바르제도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요나스 가르 스퇴르 노르웨이 총리는 9일 공영방송 NRK와의 인터뷰에서 “스발바르제도는 노르웨이이고, 안전하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다른 나라의 주권 아래 있는 영토를 차지하겠다고 제안하는 건 옳지 않다”고 트럼프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하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 각국의 단결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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