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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초고령사회 한국의 슬기로운 사회정책

◆석재은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고령화가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도전임은 분명하다. 연금·의료·돌봄 등 복지 수요는 크게 증가하는 반면 사회적 부양 부담 능력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해 말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072년에는 인구의 절반에 이르는 47.7%가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되고, 80세 이상 만도 22.4%에 이르는 울트라 고령사회가 된다. 경제성장이 받쳐준다면 실질적 체감 부담을 낮춰줄 수 있지만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전망에 따르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2.6%에서 2065년 0.2%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와 경제적 기준으로만 보면 한국의 울트라 고령화는 해법을 찾기 어려운 출구 없는 위기에 봉착한 것으로 보인다. 인구학자이며 연금학자인 존 마일스는 고령화 도전을 인구와 경제 문제로 다루기보다는 ‘분배 문제’로 다뤄야 한다고 권고했다. 피라미드 인구구조에서 역피라미드 인구구조로, 고도 성장에서 초저성장 시대로 전환된 새로운 사회 체질에 맞는 자원 분배 규칙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고령 연령 기준을 높이고 정년을 연장하거나 폐지해 고령화로 인한 사회적 부양 부담 자체를 재정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건강 수명 연장 및 사회 변화를 감안해 총인구 중 20% 수준을 고령 인구로 고정하면 고령 연령 기준을 2033년까지 70세로 연장해야 하고 2043년까지는 75세로 늘리고 2061년까지는 80세까지 높여야 한다.



또 세대 간 부양의 틀로 운영해온 연금 제도를 ‘셀프 부양’에 가깝게 개혁하는 것이 초고령화 시대에도 지속 가능하고 세대 간 분배 정의에 부합하는 연금 제도의 새로운 문법이다. 역피라미드 인구구조와 저성장 시대에 세대 간 부양에 입각한 연금 제도는 미래 세대에 지나친 부담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부정의하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보험료율과 연금 수급 연령을 인상하고 기초연금은 노인 빈곤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개편하는 것이 세대 간 연대의 새로운 문법이다.

의료 및 돌봄에서도 공유지의 비극을 낳는 의료 쇼핑과 고비용 돌봄보다는 삶의 주인으로서 존엄성을 지켜나가는 삶의 방식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의료 돌봄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의료와 돌봄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돌봄의 노동 가치를 복원하는 동시에 혁신 기술 활용과 지역사회 중심의 관계적 복지에 기초한 돌봄 제공 체계의 창발적 혁신이 지속 가능한 돌봄 생태계를 만드는 조건이다.

한국은 그동안 선진국의 경제사회 모델을 좇아 압축적 발전을 이뤄냈지만 이제는 한국의 상황에 천착한 사회 모델을 주도적으로 생성해야 한다. 예컨대 부과 방식 전환을 전제로 하는 연금 개혁이 아니라 적립 기금을 유지하는 개혁이 필요하며 청년 일자리를 침해하지 않는 세대 상생의 고령 일자리 창출 모델이 필요하다. 한국의 아파트 집단 주거 모델을 활용한 돌봄 친화 거주 모델을 만들고 커뮤니티에 기반한 유연한 돌봄 모델을 만들어나가는 접근도 중요하다. 장수가 우리 모두에게 진정한 축복일 수 있도록 울트라 고령사회 체질에 맞게 사회 체계를 슬기롭게 혁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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