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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외무상 현충원 참배…불씨 살리는 '한일 60주년'

고노 다로 이후 7년 만, 사도광산 수습 주목

정상간 셔틀외교 중단 속 관계 개선 안간힘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각료회의 참석차 페루 리마를 방문 중인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외교부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이 13일 방한해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찾아 참배하고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한다. 지난해 사도광산 추도식 문제로 양국 간 갈등이 생긴 데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으로 올해 국교정상화 60주년 주요사업이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이와야 외무상은 입국 후 바로 국립현충원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외무상의 현충원 참배는 2018년 4월 고노 다로 당시 외무상 이후 약 7년 만이다.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총리는 2023년 5월 방한 때 현충원을 참배했는데 총리로서는 12년 만이었다. 이처럼 일본 고위급의 현충원 방문은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한일 관계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꾸준히 개선세를 이어가다 지난해 11월 사도광산 추도식을 계기로 급속히 냉랭해졌다. 한국은 지난해 7월 일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허락하는 조건으로 매년 추도식을 열고 조선인 노동자 관련 전시물을 설치하라고 일본에 요구했다. 그러나 사도섬에 설치된 전시 시설에는 조선인 징용의 강제성을 보여주는 표현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일부 전시물에는 조선인을 비하하는 민족 차별적 표현이 포함됐다. 또 지난해 11월 열린 추도식은 일본 측의 추도사 내용 등이 한일 합의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판단에 한국 정부가 불참한 채 반쪽짜리 행사로 열렸다.

이번 이와야 외무상의 현충원 참배는 사도광산 추도식 때 생긴 앙금을 조금이나마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와야 외무상은 참배 후 조 장관과 양자회담, 기자간담회 일정을 연달아 소화한다. 이번 회담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제기되는 ‘외교 공백’ 우려를 불식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회담에서 양측은 계엄 이후 탄핵 정국에서도 안정적 한일관계를 이어가자는 데 뜻을 모을 것으로 전망된다. 양측은 또 북한 문제와 최근 심화되고 있는 북러밀착 등 국제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한일, 한미일 3국 간의 공동 대응의 중요성을 재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올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맞아 각종 사업을 점검하고 정상 진행하자는 데 한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와야 외무상이 이번 방한 기간 중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도 만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은 윤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의 잇단 탄핵소추안 가결로 정상 외교가 큰 제약을 받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지난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의 중의원 단독 과반이 무너지는 참패 이후 지지세 확보를 위해 내치에 집중하고 있지만 오는 7월 참의원 선거 전후로 그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양국 정상이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운 여건에서 올해 수교 60주년 주요 사업의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 때문에 양국 외교장관 회담을 반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새로운 의제를 다룰 수 있는 상황은 아닐 것”이라며 “이번 방한은 정치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양국 관계는 흔들림 없이 지켜나가자는 데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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