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를 찾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해 여야 대표가 ‘국정 안정’을 한목소리로 당부했다. 하지만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방부·행정안전부 장관 임명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해 국정 안정의 구체적 방법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 차를 드러냈다. 최 권한대행은 여야에 ‘내란 특검법’ 합의 처리를 요구했지만 여당은 자체 특검법을 논의하는 의원총회에서 의견 수렴이 되지 않아 결정 권한을 지도부에 위임, 여야 간 접점 찾기는 더욱 힘들어졌다.
권 위원장은 13일 국회에서 최 권한대행을 접견하며 “국정 안정의 밑바탕은 안보와 안전인데 공백이 장기화하고 있다”며 “국방부 장관과 행안부 장관 임명을 신속히 추진해달라”고 말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또 시도할 경우 경호처와의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자 권 위원장은 “국회도 중재 노력을 해야 하지만 최 권한대행도 모든 관계 기관에 무리한 행동을 자제할 것을 요청하는 게 꼭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해 이 대표는 보다 직접적인 최 권한대행의 역할을 주문했다. 이 대표는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경찰이 집행하는 것을 무력으로 저항하는 사태를 막는 게 대통령 권한대행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안보 문제는 잘 챙기고 있는 것 같은데 질서 유지 측면에서는 완전 무질서로 빠져들지 않았나”라며 “질서 안정이 구축돼야 경제도 활력을 되찾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최 권한대행이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해 물리적 충돌로 인한 불상사가 있어서는 절대 안 된다”고 하자 이 대표는 “범인 잡는데 ‘저항할까봐 잡지 말아야 한다’는 말과 비슷해서, 그건 좀 아니지 않냐”고 반박했다.
국회를 향해 최 권한대행이 협조를 요청한 민생 법안 처리에 대해 권 위원장은 화답했다. 그는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미래 먹거리 4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반도체특별법은 여야 입장을 좁히지 못했지만 조세특례제한법·전력망법·고준위방폐장법·해상풍력법이라도 우선 처리될 수 있게 정부가 야당을 강력하게 설득해주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와 관련해 “그동안 국정협의체나 여야 대표 회동 등을 통해 논의하며 접점이 만들어진 부분도 있고 민주당도 고민하고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계속 촉구해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최 권한대행은 “‘국정협의회 틀에서 고민했으면 좋겠다’ 정도로 말했다”고 이 대표 측은 전했다. 권 위원장은 “정부가 예산 조기 집행에 방점을 두는데 그럴 경우 1분기에 100조 원 이상 더 투입돼 내수 진작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최 권한대행이 내란 특검법에 대해 여야 합의를 요구한 것을 두고 민주당은 “월권적 요청”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 대표와 최 권한대행의 면담 후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여야 합의란 것이 헌법·법률상 어떻게 근거가 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최 권한대행에게) 강력하게 얘기했다”며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도 안 된다는 당부도 나왔다”고 전했다.
여당은 여전히 민주당이 제출한 특검법 수사 범위에서 외환 유치죄와 내란 선전·선동죄 등을 제외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야당이 이날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제3자 추천 내란 특검법을 의결하자 여당은 반발하며 퇴장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우리 당 108명 의원 모두가 수사 대상이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며 야당의 내란 특검법에 수용 불가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의총을 열고 가칭 ‘계엄 특검법’ 의견 수렴에 나섰지만 특검법 자체를 놓고 찬반 의견이 팽팽히 엇갈려 지도부에 결정 권한을 넘겼다. 여당은 14일 자체 특검법 발의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인데 당내 반대 의견이 많다고 지도부가 판단할 경우 발의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