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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영토·방위비 '미치광이식' 협상 전략…北엔 '핵 동결' 스몰딜 가능성

[다시 트럼프 시대] <2> 흔들리는 동맹

중러 등과 북극권 패권전쟁 가열

그린란드·캐나다 영토확장 야욕

유럽엔 방위비 5% 인상 요구 등

동맹국 압박 美영향력 확대 노려

韓日 인도태평양 전략은 안갯속

北비핵화 대신 군축 요구할수도


덴마크령 그린란드에 위치한 ‘피투피크 우주기지’는 미군의 북극권 미사일 방어 및 우주감시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곳에 주둔하는 우주군 소속 ‘12우주경비대대’는 미국으로 향하는 탄도미사일을 탐지하고 지구궤도의 위성들을 추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미 우주군은 6개 미군 조직 중 하나로 도널드 트럼프 집권 1기인 2019년 12월 창설됐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우주군을 확대하고 이스라엘의 아이언돔 같은 방공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20일(현지 시간) 취임하는 트럼프가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편입하겠다는 등 거침없는 ‘미국 확장주의’ 야욕을 드러내는 것은 중국·러시아 등에 맞서 북극권 안보·경제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미치광이’식 협상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과의 결속으로 미국의 위상을 회복하려 했던 반면에 트럼프는 힘없는 동맹국을 압박해서라도 미국의 국익을 먼저 추구하는 철저한 ‘미국 우선주의’ 안보 노선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당장 덴마크는 트럼프의 압박에 못 이겨 그린란드에 주둔하는 미군을 증강하는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비공개 메시지를 보낸 상황이다.

남미 파나마운하의 통제권을 되찾고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하겠다는 발언 역시 중남미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는 트럼프의 의도로 읽힌다. CNN은 “파나마운하에 대한 트럼프의 생각은 그가 중남미에서 외부 세력의 침투를 경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이는 유럽 제국주의자들의 위협에 맞선 ‘먼로 독트린’으로 거슬러 올라가 미국 역사에서 반복되던 문제”라고 분석했다. 르몽드는 “미국의 황금기를 유권자들한테 약속한 트럼프가 미국의 확장이라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미국인들을 현혹하고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는 ‘앞마당’에서 확장의 야욕을 보이는 것과 달리 유럽의 안보 문제에서는 ‘각자도생’ 원칙을 강조하면서 ‘미국 우선주의’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는 이달 7일 기자회견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의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늘려야 했다고 주장했다. 나토의 기존 지침인 2%를 훨씬 넘어서는 수준이며 트럼프가 대선 과정에서 언급한 3%보다도 높아진 것이다.



트럼프의 이 같은 요구는 미국이 더 이상 유럽 동맹국들의 방위를 책임지지 않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지난해 나토의 국방비는 총 1조 4740억 달러로 추산되는데 미국의 국방비 부담이 약 9680억 달러에 달한다. 이 문제를 놓고 트럼프는 “우리(미국과 유럽) 사이에 바다가 있다”면서 “왜 우리는 (유럽 방위를 위해) 유럽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트럼프의 압박에 나토는 현재 목표치를 넘어서는 국방비 증액을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은 전했다. 트럼프가 요구한 5%까지는 어렵지만 3% 이상의 새로운 목표치가 제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유럽 국가들의 국방비 증액을 자신의 치적으로 돌리면서 목표치에 크게 미달하는 유럽 국가들을 상대로는 통상 압박을 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한국과 일본과의 동맹 관계를 비롯해 대북 정책 등 트럼프 2기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아직까지는 명확히 윤곽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외교 전문가들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트럼프 역시 한미일 동맹이나 쿼드(Quad) 등을 중시할 것으로 보면서도 거래 중심적 외교 본능이 동맹 관계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미 한국을 “머니 머신”이라고 부르며 방위비 인상을 압박했고 대만을 향해서는 “우리 반도체 산업을 훔쳤다. 그런데도 보호받기를 기대한다”고 직격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집중하면서 바이든 정부가 인도태평양에서 구축한 성과가 무너질 수 있으며 이 지역이 중국의 영향력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의 대북 정책 역시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에 갇혀 있다. 집권 1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협상했던 그는 지금도 공공연히 김 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하고 있다. 외교 전문지 디플로맷은 “트럼프 2기에서 미국의 대북 정책은 비핵화를 포기(북한의 핵 보유 용인)하고 핵 프로그램 동결과 신무기 개발 중단을 요구하는 것으로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분석했다. 국가정보원도 13일 국회 정보위 브리핑에서 “'충성파'인 리처드 그리넬을 특임 대사로, ‘협상론자’인 알렉스 웡을 국가안전보장회의 부보좌관으로 임명했기 때문에 (북미) 대화의 가능성이 있다”면서 “단기간 내 완전한 북한의 비핵화가 달성되기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핵 동결과 군축 같은 작은 규모의 협상, ‘스몰 딜’ 형태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트럼프는 앞서 이 같은 전망들과 관련해 “북한의 핵에 대한 나의 입장이 완화됐다는 보도는 가짜 허위 뉴스”라고 반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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