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성인의 문해력이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12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에 따르면 한국 성인의 언어능력 점수는 249점으로 OECD 평균(260점)을 밑돌았다. 10년 전 273점으로 평균에 부합했던 한국의 문해력이 24점이나 하락한 것이다.
문해력 저하 문제는 이미 우리 일상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심심한 사과’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추후 공고’라는 표현을 학교 이름으로 착각하는 사례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성인의 기본적인 언어 이해 능력이 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교육 업계에 30년간 몸담아 온 필자로서는 이러한 현실이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문해력은 글을 읽고 뜻을 이해하는 능력에 그치지 않는다. 정보를 정확히 분석하고 해석하며 이를 기반으로 의사소통하고 결정을 내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문해력이 부족하면 정보 왜곡, 오해, 잘못된 결정을 초래할 위험이 커진다. 특히 정보와 기술이 빠르게 변화하는 오늘날 문해력은 더욱 중요한 시대적 역량이 됐다. 게다가 문해력 저하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사회 전반의 생산성과 창의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문해력이 부족한 사회는 깊이 있는 사고와 논의를 잃게 되고, 이는 곧 국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는 문해력 저하의 원인 중 하나로 스마트폰을 꼽는다. 스마트폰은 우리에게 편리함을 제공했지만 책 읽는 시간을 크게 잠식했다. 특히 스마트폰을 통해 소비하는 숏폼과 같은 영상 콘텐츠는 깊이 있는 사고와 독서를 방해한다. 짧고 자극적인 정보에 익숙해지면서 긴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은 점점 퇴화하고 있다.
문해력을 향상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안타깝게도 문해력은 하루아침에 회복되지 않는다. 하지만 작은 노력에서 시작할 수 있다. 가장 기본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은 독서와 글쓰기다. 매일 책 1쪽을 읽거나 1줄의 글을 쓰는 습관을 들여보자. 종이 책이든 전자책이든 상관없고 글쓰기 역시 종이든 스마트폰 메모장이든 상관 없다. 중요한 것은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뉴스를 정독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다. 하루 1개의 뉴스를 꼼꼼히 읽어보자. 단순히 스크롤하며 훑는 것이 아니라 내용을 이해하고 모르는 단어는 문맥에서 유추하거나 검색해 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쌓이면 문해력이 점차 향상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문해력을 키우기 위한 작은 노력을 시작하자. 1쪽 읽기, 1줄 쓰기, 또는 뉴스 1개 읽기라는 소소한 실천이 문해력 향상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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