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불법복제물에 대한 시정권고가 처음으로 100만 건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저작권법 개정으로 현행 제도가 도입된 지난 2009년 이후 15년 만이다. 월별로 보면 4·10 총선 전후인 3~5월에 전년 대비 3~4배 폭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13일 한국저작권보호원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불법복제물에 대한 시정권고 조치는 총 104만 986건에 달해 전년(81만 8752건) 보다 27% 늘었다.
보호원은 불법저작물 발견 시 위원회 심의를 통해 포털·웹하드 등 온라인서비스제공자(OSP)에게 불법저작물 삭제·경고, 계정 경고·정지 조치를 권고한다. 불응 시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시정명령을 내려 조치를 강제할 수 있다.
시정권고 조치가 100만 건을 넘긴 건 처음이다. 정보기술(IT) 산업의 급속 성장과 맞물려 조치 건수도 2011년 10만7724건에서 2014년 29만 6360건, 2017년 55만 4843건으로 급증세를 보여 왔다. 2019년~2022년에는 66만~69만 건대에서 정체됐다가 이후 2023년 80만 건대로 치솟으며 다시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월별로 뜯어보면 선거철을 비롯한 정치 혼란기에 불법저작물이 유독 활개를 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 22대 총선이 실시됐던 지난해 4월 시정조치 권고 건수는 9만 458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2만 652건) 대비 338% 폭증했다. 3월과 5월에도 각각 2만 136건에서 6만 8606건, 5만 9471건에서 16만 1898건으로 3배 가량의 증가폭을 보였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있던 12월(4만5545건)에도 전년(4만3573건) 대비 소폭 늘어났다.
저작권 논란은 매 선거철마다 반복되고 있다. 특히 캐릭터와 관련한 잡음이 많다. 선거송의 경우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측에서 지난 2004년 일찌감치 구체적인 음악사용료 기준을 마련했지만 캐릭터의 경우 뚜렷한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총선에선 더불어민주당이 인기 일러스트인 ‘동물짤시리즈’를 사전투표 홍보물로 무단 사용한 사실이 알려져 파장이 일었다. 2020년 열린 20대 총선에선 당시 인기 절정이었던 ‘펭수’, 드라마 ‘스카이캐슬’ 주인공 김주영이 정당 홍보물에 무단 사용돼 저작권자와 배우 측에서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비상계엄 사태과 관련해선 최근 보수 진영에서 진보 지지자의 ‘키세스 시위대’ 그림을 ‘태극기 부대’로 무단 변형·공유 원작자로부터 고소당했다.
양진영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는 “캐릭터의 경우 멜로디가 그대로 나오는 ‘선거송’과 달리 패러디·변형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협회가 일괄적으로 관리하기엔 쉽지 않다”며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해도 사용 전 유의할 점 등을 권고하는 정도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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