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연료 속 불순물로 인한 수소차 사고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은 KRISS 반도체디스플레이측정그룹 연구진이 수소 충전기에 설치해 차량으로 주입하는 수소연료의 품질을 실시간으로 점검하는 장비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수소연료는 내연 연료에 비해 생산·운반·저장 시 오염될 가능성이 크다. 수소연료의 생산공정이 내연 연료에 비해 복잡할 뿐만 아니라 저장과 운송, 이용을 위한 고압 처리 과정에서 불순물이 발생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만약 오염된 수소연료가 수소차에 주입되면 폭발 및 사고 위험성이 크게 증가한다. 연료 속 불순물은 연료전지의 촉매를 손상시켜 과열과 성능 저하를 일으킨다. 이는 예상치 못한 화학 반응을 유발해 수소의 폭발 위험을 높인다. 또 엔진 기능 저하로 인한 2차 사고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
따라서 수소충전소는 저장 및 공급하는 수소연료의 불순물을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제안한 기준에 맞게 측정·관리해야 한다. 기존에는 분기당 한 번씩 검사 기관이 충전소를 방문해 수소연료를 채취한 후 전용 설비에서 불순물을 측정했다. 다만 검사 시점 이외에는 수소연료에 이상이 생겨도 감지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KRISS 반도체디스플레이측정그룹은 수소 충전기에 설치해 차량으로 주입하는 수소연료 속 불순물의 성분과 농도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장비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장비는 ISO가 관리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불순물 14가지중 수증기(H₂O), 산소(O₂), 아르곤(Ar), 이산화탄소(CO₂), 메탄(CH₄), 일산화탄소(CO), 질소(N₂), 황화수소(H₂S) 등 8가지 성분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 수소연료 속 불순물의 농도가 기준치 이상으로 높아지면 관리시스템으로 경고 신호를 보내 관리자는 오염된 연료가 차량에 주입되기 전 이를 감지하고 조치할 수 있다.
이번에 개발한 장비를 수소 충전소에 적용하면 수소연료의 품질을 상시 점검·유지할 수 있어 수소차의 안전성을 강화하고 사용자의 불안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수소 생산기지에서는 생산하는 수소연료의 품질을 쉽고 정확하게 검사할 수 있게 돼 국산 수소의 품질도 한층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현장에서는 생산 수소의 불순물 검사를 위해 값비싼 외산 장비를 사용하고 있는데 장비당 1~2개의 성분만 분석할 수 있고 유지관리도 쉽지 않아 원활한 품질 검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KRISS 반도체디스플레이측정그룹 이정순 책임연구원은 “현재 충주시 수소 버스 충전소에서 장비의 실증을 진행 중”이라며 “실증 완료 후 국내 기업에 기술을 이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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