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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 북한군 전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술”…병사 미끼 ‘지뢰’ 제거·‘드론’ 격추[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실전 경험 전무·낯선 기후와 지형 ‘고전’

지뢰 제거에 병사 이용 ‘고기분쇄’ 전술

병사가 유인하는 ‘미끼’ 역할 드론 제거

“원시적 전술 안바꾸고 보병 진격 계속”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11일 인민군 특수작전무력 훈련기지를 시찰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지난해 6월 비무장지대(DMZ)에서 작업 중이던 북한군 다수 인원이 지뢰 폭발로 다치거나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군 당국이 밝히면서 언론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합동참모본부 “북한군은 전선지역 일대 불모지 조성 및 지뢰 작업 중 여러 차례의 지뢰 폭발 사고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DMZ에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이 2023년 11월 23일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선언 후 군사합의에 따라 철수한 최전방 감시초소(GP) 복원을 비롯해 경의선과 동해선, 화살머리고지 등 남북 연결도로와 북방한계선(DMZ 북쪽 2㎞) 전선지역 등의 경계능력 보강을 위한 불모지 조성, 지뢰매설, 전술도로 보강, 대전차 방벽 등 미상 구조물를 설치하는 수작업에 다수 병력을 병력을 투입하면서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북한이 대외적으로는 핵 실험과 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 신형 전차 생산 및 최신 잠수함 건조 등의 군사력 증강을 과시하고 있지만, 실상은 전방지역 경계 시설 작업 때 병사들을 동원해 수작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낙후된 북한군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반증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 11월 북한이 러시아에 북한 특수작전군 예하 ‘폭풍군단’ 1만 1000명을 파병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황에 큰 변수가 될 것이라며 전 세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정작 북한군이 투입된 이후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북한군의 낙후된 실상을 보여주는 연장선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이 러시아에 지원한 신형 자주포와 장거리 미사일, 각종 포탄 등은 큰 효과를 보고 있는지 몰라도, 파병된 북한군은 전쟁 경험도 전무한데 다 낯선 기후·지형·환경 등의 문제로 이렇다고 할 전과를 올렸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러시아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받는 북한군 추정 병사. 우크라이나군 영상물 캡처.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를 돕기 위해 파병된 북한군 병사들을 미끼로 사실상 ‘인간 지뢰 탐지기’로 이용되고 있다는 우크라이나군의 주장은 대표적인 사례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지난 9일(현지 시간) 러시아 쿠르스크주 마흐놉카 마을에서 북한군과 교전한 우크라이나군 제33 분리돌격대대 ‘빅 캣츠’의 지휘관인 레오파드 중령의 증언이라며 북한군의 낙후한 전략을 소개하는 보도를 했다.

신문은 이 지휘관을 인용해 “북한은 ‘고기분쇄’ 전략을 갖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인들이 지뢰 제거 차량을 투입하는 곳에, 그들은 그저 사람을 이용한다”고 했다. 이어 “그들은 서로 3~4m 떨어져 일렬로 걸어간다”며 “한 사람이 폭파되면 의료진이 뒤따라가 시신을 수거하고, 사람들은 차례로 그것을 계속한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그것이 (북한군)그들이 지뢰밭을 통과하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마흐놉카 마을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4일 교전이 있었다며 이틀 사이에 북한군 1개 대대가 전멸했다고 밝힌 지역이다. 북한군이 신원 은폐를 위해 러시아군과 한 부대에 섞여 있었고, 기관총과 유탄 발사기 등 소형무기와 박격포 정도만 사용했고 드론은 쓰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문은 북한군이 잘 훈련되고 신체적으로 건강하지만, 낯선 날씨와 지형 때문에 주변 환경 탐색에 도움을 줄 가이드를 배정받는다고 설명했다. 또 우크라이나 부대가 러시아 가이드 한 명을 포로로 잡았지만, 북한군은 생포되는 것을 거부하고 죽을 때까지 싸우거나 도망치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북한군 지휘관들은 인명 손실에 당황하지 않는 듯 보였다고 했다.

게다가 마을에서 밀려난 북한군이 숲에 숨으려고 했지만, 우크라이나군의 열화상카메라가 그들을 쉽게 포착했고 자폭드론을 날려보내 수류탄을 투하해서 이틀간 사망자가 120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드론 공격에 전혀 대처하지 못하는 등 군사적 숙련도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26일 우크라이나 특수전사령부가 텔레그램을 통해 공개한 북한군의 메모. 무인기에 대한 대처 방법 등이 적혀 있다. 우크라이나 특수전사령부 텔레그램 캡처.


앞서 지난해 12월 북한군의 ‘드론(무인기) 사냥법’이라며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사망한 북한군 병사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문서를 우크라이나군이 공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모눈종이에 볼펜으로 쓴 한글 메모에는 우크라이나 드론(무인기)을 격추하기 위해 북한군이 ‘인간 미끼’를 활용하는 방법이 상세하게 적혔다. 그간 전장에 투입된 북한군이 특히 드론 공격에 취약했던 만큼 생존을 위한 아날로그식 자구책 마련이라는 점에서 서방 군사전문가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메모에 있는 3명의 병사가 합동 작전을 펴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드론에서 7m 정도 떨어진 한 병사가 드론을 유인하는 미끼 역할인 셈이다. 나머지 두 병사는 10∼12m 거리에서 드론이 공격을 위해 멈추면 일제히 조준 사격해 제거하는 방식이다. 이 전술을 간략하게 표현한 것으로 보이는 그림도 그려져 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군은 “이게 진짜 북한의 전술인지 러시아가 가르쳐준 것인지는 알 수 없다”며 “하지만 이 전술은 병사를 살아있는 미끼를 사용하는 저급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첨단 무기에 익숙하지 않은 북한군은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에 큰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에는 또 적의 사격 및 포격에서 살아남는 방법에 대해도 적혀 있었다. 메모는 “사격 구역에 들어서면 분산하여 집합 지점을 익혀두고, 조 단위로 사격 구역을 통과한다”라는 내용이 적혔다. 사격을 받으면 작은 그룹으로 흩어진 뒤 약속한 집결지에서 다시 만나는 방법으로 공격을 피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어 “다른 방법은 포탄이 떨어진 구덩이에는 다시는 떨어지지 않으니 포탄 구덩이로 은신한다”라고도 적혀 있었다. 한 번 사격했던 지점은 다시 겨냥하지 않는 포병의 일반적 특성을 이용해 이미 포탄이 떨어진 지점을 대피처로 삼아 위협을 피하라는 조언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군 정보총국(GUR)은 북한군의 실전 경험이 부족해 “참전이 전황에 주목할만한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며 북한군이 현대전 특히 드론에 경험이 거의 없어 “원시적이고, 솔직히 말하면 2차 세계대전 당시에 가까운 전술을 쓴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매체들도 “북한군이 대규모 사상자를 냈지만, 기존 전술을 거의 바꾸지 않고 보병 진격을 계속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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