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출범할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직면할 최대 경제 리스크는 엄청난 규모의 재정 적자다. 트럼프 당선인의 감세 중심 경제 공약이 현실화할 경우 연방정부 적자가 확대될 수밖에 없어서다. 세계 경제 중심인 미국의 재정 신뢰도 하락은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충격파를 안길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가 공약한 법인세·개인소득세 감세가 현실화할 경우 향후 10년간 9조 1500억 달러(약 1경 2600조 원)가량의 재정 적자가 발생할 수 있다. 현재 36조 달러(약 5경 2990조 원, 2024년 기준)에 달하는 미국의 국가 부채가 수조 달러 이상 불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는 재정지출을 줄이고 관세를 올려 세수 부족분을 채우겠다고 공언하지만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텍스파운데이션에 따르면 미국의 모든 수입품에 100% 관세를 부과해도 트럼프 감세 공약에 따른 세수 부족분을 충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결국 적자를 메우기 위해 미국이 추가로 빚을 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미국의 부채는 규모와 속도 면에서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미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미 공공 부채는 지난 4년간 약 8조 달러 늘어 36조 달러를 돌파했으며 국내총생산(GDP)의 99%에 육박했다. 2054년에는 GDP의 171%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과도한 부채가 이자 부담을 늘려 재정 적자가 확대하는 악순환에 돌입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 연방정부의 2024 회계연도 순이자 지급액은 8817억 달러(약 1207조 원)로 GDP의 3.06%에 이른다. 1996년 이후 28년 만에 최고치이자 사상 처음으로 국방 예산(약 8741억 달러)을 초과했다.
미국이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릴 것이라는 전망도 시장 불안을 키운다. 국채 발행 증가는 국채 가격 하락과 시장 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신호에도 미 10년물 국채 금리가 5%를 위협하는 등 상승세를 보이는 것도 이러한 불안감을 반영한다. 블룸버그는 “미국의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 증가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기관투자가들이 미 국채 매입을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차입 비용 상승이 증시와 대체투자 등 다른 시장은 물론 국가 경제 붕괴를 동반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는 점에서 경계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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