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일주일째 잡히지 않는 가운데 소방 당국이 '포스 체크(Phos-Chek)'로 불리는 화재 지연제 살포에 나섰다. 이로 인해 산불 현장 곳곳이 분홍빛으로 물들며 일각에선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USA투데이 등 외신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LA 대형 산불을 진압하는 현지 소방 당국은 비행기 9대와 헬리콥터 20대를 동원해 포스 체크를 대량 살포하고 있다. 강풍으로 인해 화재 진압이 늦어지는 상황에서 불길을 잡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화재 지연제 살포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 체크는 미국에서 1963년부터 소방관들이 산불 현장에서 사용해 온 화재 지연제다.
폴리인산암모늄을 포함한 화학 물질 혼합물로 구성돼 있다. 물보다 오래 재료에 붙어있어 불길의 확산을 늦추거나 진압하는 데 효과적이다.
주로 화재가 발생하기 쉬운 식물이나 땅 등에 뿌려 화염이 해당 지역으로 번지는 것을 막는 용도로 사용한다.
산화철이 포함돼 밝은 분홍색을 띄는 것이 특징으로 이는 지상에서 화재를 진압하는 소방관들이 쉽게 식별하는 것을 돕는다.
현재 LA 지역 곳곳의 공장, 건물, 주택, 차량 등은 모두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분홍빛은 조만간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화재 지연제 제조업체인 '페리미터(Perimeter)'는 "(화재 지연제가) 햇빛에 며칠 노출되면 분홍빛은 흙빛으로 바래진다"고 설명한 바 있다.
미 농무부(USDA) 산림청에 따르면 산화철은 풍화, 비 또는 기타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퇴색된다.
하지만 분홍빛으로 뒤덮인 산불 현장이 공개되자 온라인상에서는 안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미 정부와 제조업체에 따르면 포스 체크는 환경 안전 기준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연방 기관의 테스트를 통과한 후 USDA 승인을 받았다. 제조업체 측은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환경 친화적인 제품”이라고 자사 홈페이지에 소개하고 있다.
다만 USDA는 물고기 등 어류에 대한 위험성을 언급하며 포스 체크를 수로 측면에서 300피트(약 90m) 떨어진 곳에 살포하도록 하고 있다.
제조업체도 "화재 지연제가 마르는 시간이 길어질 수록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다"며 화재 위험에서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즉시 화재 지연제를 청소하라고 조언한 바 있다.
화재 지연제에 중금속이 포함돼 있다는 캘리포니아 대학의 한 연구 결과도 있지만 제조업체 측은 이를 반박하고 있다.
한편 캘리포니아 소방국에 따르면 전날(12일) 기준 펠리세이즈 산불의 진압률은 11%, 이튼 산불의 진압률은 27% 수준이다. 샌 페르난도 밸리의 웨스트 힐스 인근에서 발생한 케네스 산불은 12일 오전 기준 100% 진압됐으며 허스트 산불은 89% 진압됐다.
화재 지연제는 방어선 역할 정도만 하고 있어 여전히 진압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한편 이날 오전 8시 기준 LA 카운티 서부 해변 퍼시픽 팰리세이즈에서 발생한 '팰리세이즈 산불'은 14%, 동부 내륙의 '이튼 산불'은 33%의 진압률을 기록해 전날(각각 11%, 27%)보다는 나아졌다.
북부 샌퍼넌도 밸리에서 발생한 '허스트 산불'(피해면적 3.2㎢)는 불길이 거의 잡혀 95%의 진압률을 보이고 있다. 그보다 작은 규모였던 2건의 산불은 완전히 진화됐다.
하지만 여전히 9만2000여명이 대피령을 받고 집을 떠났으며, 8만9000여명이 대피준비 경고를 받은 상태다.
또한 미 기상청(NWS)은 이날 LA 카운티와 벤투라 카운티에 화재 적색경보를 발령하고 "특별히 위험한 상황"(Particularly Dangerous Situation ; PDS)이라고 강조하면서 진화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