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8일 만에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여러 발을 발사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잇따라 도발하며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합동참모본부는 14일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고 밝혔다. 합참에 따르면 군은 이날 오전 9시 30분께 북한 자강도 강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SRBM 수 발을 포착했다. 북한 미사일은 250여 ㎞를 비행한 후 동해상에 탄착했다. 북한이 SRBM 표적으로 쓰는 함북 길주군 앞바다의 무인도 ‘알섬’ 방향으로 날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도발은 올 들어 두 번째다. 이달 6일 평양 일대에서 극초음속 고체연료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했다고 주장한 후 8일 만에 SRBM을 쏜 것이다.
이번 탄도미사일은 SRBM보다 사거리가 짧은 근거리탄도미사일(CRBM) 등 전술탄도미사일(TBM)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거리 250여 ㎞에 수 발을 발사한 것에 비춰 휴전선 인근 부대에 배치한 사거리 300㎞ 이하인 고체연료 CRBM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은 20일 예정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안보 불안감을 조장해 협상에서 몸값을 올리기 위한 ‘기싸움’ 전략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미국 대통령선거를 6시간 앞두고 SRBM을 여러 발 발사한 바 있다. 이보다 5일 전인 지난해 10월 31일에는 사실상 미국을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시험발사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ICBM을 추가 발사하며 도발 수위를 끌어올릴 가능성도 적지 않다. 북한 내부적으로는 올해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의 마지막 해이기 때문에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일주일 앞둔 시점에서 ‘대미 협상용’일 가능성이 있다”며 “북미 대화 과정에서 몸값을 높이기 위해 ICBM 추가 도발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분석했다.
군 당국도 발사지 주변에 예비용 이동식발사대(TEL)들이 식별되고 있어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에는 평양시 일대에 ICBM을 발사할 수 있는 TEL을 이동시키는 정황도 군 당국이 포착했다. 합참은 “군은 현 안보 상황에서 북한이 오판하지 않도록 굳건한 한미 연합 방위 태세하에 북한의 다양한 동향에 대해 예의 주시하면서 어떠한 도발에도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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