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을 15일로 예고한 공조수사본부(공수본)가 영장 집행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우왕좌왕하고 있다. 공수본은 14일 오후 대통령 관저 외곽경호를 담당하는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55경비단으로부터 “출입을 허가 받았다”고 밝히더니 약 2시간 42분 만에 “추가 승인이 필요하다”며 말을 바꿨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 집행 작업을 규모에 비해 준비 없이 무리하게 추진하다 보니 업무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와 경찰청 비상계엄 특별수사단, 국방부 조사본부로 구성된 공수본은 14일 오후 6시 37분께 언론공지를 통해 “공수처는 55경비단에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공수처 소속 검사, 수사관 및 국가수사본부 소속 수사관,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관의 출입 요청’ 공문을 보냈고 55경비단은 ‘요청 대상 주소지에 대한 출입을 허가함’이라고 회신했다”고 밝혔다. 55경비단은 3중 체계의 대통령 관저 경호 중 가장 외곽부를 담당하는데 사실상 영장 집행 출입을 허가했다는 것. 당초 경호처를 중심으로 비장했던 분위기와는 다른 이야기가 나오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경호처 내부에서 윤 대통령 영장 집행에 반대하는 목소리까지 더해져 추측성 보도도 쏟아졌다.
하지만 이후부터 경호처를 비롯해 국방부, 윤석열 대통령의 변호인 측까지 해당 내용을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우선 경호처는 즉각 “(공수본의 공지는) 경호처의 검토를 거치지 않았다. 불승인으로 판단한다”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경호조치를 할 방침”이라며 정면 반박했다. 55경비단이 공문을 보냈는지 확인 되지 않지만, 윤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 신분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경호처는 경호업무의 수행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경호구역을 지정할 수 있는 만큼, 제대로 된 승인이 아니면 출입을 허가한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실제로 형사소송법 110조에는 ‘군사상 비밀을 요구하는 장소는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수색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고 111조에는 ‘공무원이 소지·보관하는 직무상 비밀에 관한 물건은 감독관공서의 승낙 없이 압수하지 못한다’고 돼 있다.
이어 윤 대통령의 변호인단이 강한 어조로 “공조본의 대국민 사기극이자 불법 영장 집행”이라며 정면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공수처는 55경비단이 출입을 허가했다고 했으나, 아래 공문과 같이 55경비단은 출입을 허가한 사실이 없다”며 55경비단의 공문도 함께 공개했다.
또 변호인단은 “불법 영장 집행에, 군사기밀 유출의 위법수사도 모자라 이제는 국가기관이 거짓말과 허위사실 유포까지 하고 있는바, 수사기관 아니 국가기관이라 하기에도 부끄럽다”며 “불법적이고, 비겁하며, 시정 잡배만도 못한 행동을 당장 멈추고, 엄중한 책임을 질 준비를 하라”고 비판했다. 이어 “군사시설 불법 침입 혐의로 전원 현행범 체포하겠다”고 엄포도 놨다.
국방부 역시 공지를 통해 “경호부대장이 관저지역 출입을 승인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국방부는 “수사협조를 요청한 지역은 군사시설보호구역이고 동시에 국가보안시설 및 경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우리 기관에서 단독으로 출입에 대한 승인이 제한된다”며 “경호처 출입승인 담당부서에 추가적인 출입승인이 필요함을 안내드린다”고 회신했다고 밝혔다.
경호처는 이에 다시 한번 “공수처에 출입 허가 절차를 진행한 바가 없고 55경비단이 출입을 승인한 바도 결코 없다”며 “군사시설보호구역이자 국가보안시설 및 경호구역으로 지정되어 55경비단에 출입 승인권이 없다”고 정면 반박했다.
상황이 이렇자 공수처 측도 뒤늦게 사실 확인에 나섰다. 공수처는 “오후 2시25분 55경비단으로부터 체포영장 관련 대상 지역 출입을 허가한다는 공문을 수신한 것은 맞다”면서도 그제서야 “오후 4시24분쯤 55경비단으로부터 대통령 경호처 출입승인 담당부서에 추가적인 출입승인이 필요하다는 공문을 수신했다”는 내용을 덧붙였다. 55경비단의 ‘출입허가’ 공문은 유효하지만 경호처의 추가승인이 필요한 것이라며 꼬리를 내렸다. 공수처는 공문 사본도 공유했다.
일각에서는 공수처가 수신 공문 전체가 아닌 일부 내용만 먼저 공개해 “외곽 경호가 출입이 허가했다”는 식으로 심리전을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공수처가 조직의 명운을 걸고 윤 대통령에 대한 2차 영장 집행을 추진하다 보니 미처 뒤늦게 수신한 공문은 확인하지 못한 것이란 설명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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