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 있는 일본 문학상 아쿠타가와상을 외국인으로는 처음 받았던 재일 교포 소설가 이회성 씨가 별세했다. 향년 89세.
14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 씨는 이달 5일 도쿄의 한 병원에서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
사할린에서 태어난 고인은 1947년 홋카이도 삿포로에 정착했다. 와세다대를 졸업한 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에서 기자로 활동했다.
1969년 ‘군상(群像)’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소설가로 데뷔했고 1972년 ‘다듬이질하는 여인’을 통해 외국인 작가로는 처음으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고인은 1998년 한국 국적을 취득했고 2000년대부터는 재일 교포로서의 삶을 집대성한 작품으로 평가되는 ‘지상생활자’를 집필했다.
2008년 한국에서 강연을 통해 북한 정권을 비판하면서 한국과 일본 정부에 납북자 문제 해결을 요구하기도 했다. 당시 강연에서 고인은 “소설가가 유의해야 할 것은 사회의 부정의와 싸우는 것”이라며 “자신의 추악한 면을 그려야 하고 (사회의) 좋은 점만을 그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교도통신은 고인의 작품에 대해 “재일 교포라는 출신을 깊이 파고들어가 일본 문학의 틀에서 벗어난 ‘세계 문학’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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