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엿새째 이어지는 대형 산불 진화를 위해 소방당국이 태평양 바닷물까지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바닷물 사용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와 장비 부식 등 부작용을 경고하고 있다.
12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LA 소방당국이 ‘슈퍼 스쿠퍼’ 항공기로 태평양 바닷물을 퍼올려 산불 진압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슈퍼 스쿠퍼는 12초 만에 약 6000리터의 물을 퍼올릴 수 있는 세계 최고 성능의 소방 항공기다. 착륙하지 않고도 수면을 스치며 물을 보충할 수 있어 신속한 진화가 가능하다. 다른 진화 장비와 달리 바닷물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LA 소방당국은 당초 캐나다에서 슈퍼 스쿠퍼 2대를 임대했으나 1대가 민간 드론과 충돌해 현재는 1대만 가동 중이다.
그러나 환경 전문가들은 바닷물 사용이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살균 효과가 있는 바닷물의 염분이 토양 미생물을 죽이고 생태계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토양에 소금이 많아지면 뿌리가 물을 흡수하기 어려워져 식물 성장에 방해가 된다”고 지적했다. 팀 차베스 전 LA 소방부국장 역시 인터뷰에서 “땅에 바닷물을 뿌리면 그다음 해엔 그곳에서 아무것도 자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상에 있는 소방 장비 부식도 문제다. 금속에 바닷물이 닿으면 염분으로 인해 장비에 녹이 슬 가능성이 높아진다. 핑 펄란 미국 상선단사관학교 화학 교수는 “지상에서 사용하는 소방 호스, 펌프, 탱크 등은 모두 강철로 만들어져 소금물에 닿으면 부식될 위험이 크다”고 전했다.
슈퍼 스쿠퍼처럼 바닷물 사용을 전제로 설계된 장비 외에는 대체로 부식 방지 코팅이 적용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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