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에 털 났냐, 양심은 엿 바꿔 먹었냐, 사람이 양심이 있어야지… 일상 대화에서 이렇게 자주 쓰던 게 양심이라는 단어였는데 어느 순간 사라졌더라고요.”
동물행동학과 진화생태학을 연구하며 우리 사회에 빗대 매번 새로운 화두를 던지는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이번에는 “용도 폐기된 양심이라는 단어를 이 시점에서 되살리고 싶다”며 ‘양심’이라는 화두를 꺼내들었다.
최 석좌교수는 1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신간 ‘양심’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온갖 사회적 부름에 종종 제 목까지 내걸고 참여했던 지난 생애를 돌아보니 거기에는 양심이 버티고 있었다”며 양심의 기저에는 '차마' 외면할 수 없고 '어차피' 할 일이라면 ‘차라리’ 온몸으로 덤벼들자는 세 단계의 심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가 설명하는 양심은 “나를 속이지 못해 계속 불편해하다가 결국 차마, 어차피, 차라리의 심리로 올바른 선택을 하고 행동하게 되는 것”에 가깝다.
“제가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까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반대하고, 호주제 폐지와 돌고래 제돌이의 야생 방류에도 앞장섰습니다. 태생적으로 저는 비겁한 사람인데도 말이죠.”
최재천은 2023년 8월 서울대 졸업식 축사를 준비하면서 ‘양심’이라는 화두를 던져 큰 호응을 얻었다. 그는 간담회에서 군인의 총부리보다 더 강한 게 양심이라는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한 장면을 소개했다. 공교롭게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시기에 비상 계엄 선포와 탄핵 여파가 있었다. 그는 "이런 상황을 예견하고 쓴 책은 아니었다"면서도 "나랏일을 책임지는 분들이 양심의 기준에 따라 움직여 준다면 우리 사회는 훨씬 더 좋은 사회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이를 지적하기 위해 소개하기 위해 정치인들의 탄핵 소추안 표결 과정을 예시로 들었다.
최 교수는 다작으로 이름 나있다. 한 해에도 2~3권의 책을 내지만 기존에 대형 출판사와 협업해 책을 쓰고 기획했던 것과 달리 이번 책은 최재천 교수가 자체적으로 기획하고 펴낸 공저서다. 양심이라는 주제로 유튜브 ‘최재천의 아마존’에서 다룬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7편을 선별했고 추가적으로 내용을 보충했다. 지난해 말 ‘학교밖에서 제자를 키우겠다'는 것을 목표로 ‘호모 심비우스’를 출범했고 270여명의 참가자들이 함께했다. 이 프로젝트를 이끄는 ‘팀 최마존’이 최 교수의 공저자가 됐다.
내달 퇴임을 앞두고 있는 그는 “(호모심비우스를 시작으로) 숙론의 장을 만들고 싶다”며 “그 시작을 양심이라는 화두로 시작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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