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안타깝게도 이 나라에는 법이 모두 무너졌다”며 “(체포영장에 응하는 것은) 공수처의 수사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불미스러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한 마음일 뿐”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한남동 관저에서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 체포영장 집행에 앞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 영상 메시지를 통해 “불법의 불법의 불법이 자행되고, 무효인 영장에 의해 절차를 강압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보고 정말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저를 응원하고 많은 지지를 보내주신 거에 대해서 정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수사권이 없는 기관에 영장이 발부되고, 또 영장심사권이 없는 법원이 체포영장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는 것을 보면서, 그리고 수사기관이 거짓 공문서를 발부해서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공수처 체포영장 집행에 응한 상황에 대해 “오늘 이들이 경호보안 구역을 소방장비를 동원해서 침입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불미스러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 일단 불법수사이기는 하지만 공수처 출석에 응하기로 했다”며 “저는 이렇게 불이익을 당하더라도 우리 국민 여러분들께서 앞으로 형사 사건을 겪을 때 이런 일이 정말 없었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서 그동안, 특히 우리 청년들이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정말 재인식하게 되고 여기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시는 것을 봤다"며 "저는 지금은 법이 무너지고 칠흑같이 어두운 시절이지만 이 나라의 미래는 희망적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 아무쪼록 건강하시고 힘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마무리했다.
윤 대통령이 육성을 공개한 것은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난달 14일 이후 32일 만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체포영장이 집행된 후 관저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국민들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전했다.
정 실장은 대통령실 공지에서 "우리는 자진 출석하겠다고 했지만, 공수처는 체포영장 집행을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며 "이에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다치지 않는 것'이라 말씀하시고 체포에 응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정 실장이 주재하는 긴급 수석비서관 회의를 열어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따른 대응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공수처는 이날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을 10시33분께 체포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지 43일 만이다. 현직 대통령이 수사기관에 체포된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을 곧장 조사하고 체포 시한인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공수처는 이달 6일 재청구해 받은 체포영장을 이날 관저 진입 3시간 만에 집행했다.
이날 윤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이 예상보다 짧은 시간 내에 이뤄진 것은 경호처 지휘부의 영장 집행 저지 방침이 사실상 무너진 것이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경호처 소속 경호관들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영장 집행을 적극적으로 저지하지 않았고, 이들과 충돌을 피했다. 일부 경호관들은 지휘부의 영장 집행 저지 방침에서 이탈해 관저 내 대기동에서 머물거나 휴가를 가는 등 체포영장 집행 저지에 소극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호처 지휘부는 영장 집행을 저지해야 한다는 방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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