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에 성공하며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은 뚜렷하게 희비가 갈렸다. 관저 앞을 지키던 보수 단체는 이날 윤 대통령의 압송 이후 썰물처럼 빠져나가 과천시 공수처 청사 앞에 결집하고 이곳에서 대규모 집회를 이어갈 것을 예고했다.
15일 오전 한남동 일대 보수 단체 집회 현장은 윤 대통령이 공수처 출석을 협의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자 순간 정적에 휩싸였다. 집회 참가자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스크린에 나오는 뉴스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정적은 이내 분노로 뒤바뀌었다. 곳곳에서 열린 보수 집회 중 한 곳에서 사회자가 “현 시간부로 집회를 해제한다”고 선언하자 혼란에 빠진 이들 사이에서는 “어떻게 이대로 집에 가냐” “끝까지 남아서 체포를 막기로 했지 않냐” 등의 울분 섞인 고함이 터져 나왔다. 일부가 “세상에 이게 말이 되냐”며 곡소리를 내는 한편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이들도 있었다.
흥분한 일부 보수 집회 참가자들은 경찰 및 반대 성향의 집회 참가자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특히 한남초교 앞에서 경찰과의 대치가 잦았다. 앞서 새벽께 대통령 지지자 수십 명이 구름떼같이 몰려와 경찰에게 “바리케이드를 열라”고 외치다가 한 명이 저체온증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지면서 혼란이 가중된 데 이어 영장 집행 소식이 전해진 직후에 재차 사람들이 몰려 압사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사회자가 “질서를 지키고 경찰과 싸우지 말라”고 만류하자 “이제 와서 무슨 상관이냐”며 통제가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지지자들 10여 명은 체포를 저지하겠다며 왕복 8차선 한남로 대로변에 드러누웠다가 기동대에 의해 끌려 나왔다. 진보 집회 참가자에게 “빨갱이” “배신자” 등 욕설을 내뱉는 등 시비를 거는 모습도 빈번히 포착됐다.
반면 진보 단체 집회 현장은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1차 저지선을 통과한 지 1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2차, 3차 저지선을 넘었다는 소식이 들리자 연신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이어 체포영장 집행 소식이 전해지자 이들은 환호하며 “시민이 이겼다”는 구호를 제창했다. 또한 “체포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구속·처벌을 촉구하면서도 옆 사람을 얼싸안거나 춤을 추기도 했다.
한편 한남동 일대는 두 쪽으로 갈라져 탄핵 찬반 집회의 주무대가 된 지 약 2주 만에 평화를 되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양측 단체는 앞으로 공수처 청사가 있는 과천시나 헌법재판소 인근 광화문 일대를 중심으로 탄핵 찬반 집회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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