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15일 영장 집행 개시 약 6시간 30분 만에 윤석열 대통령을 체포했으나 윤 대통령이 진술거부권(묵비권)을 행사하면서 팽팽한 기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1차 영장 집행 당시보다 2배에 달하는 200쪽가량의 질문지를 준비한 공수처는 심야 조사도 이어가며 체포 48시간 내 영장 청구를 할 방침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오후 취재진과 만나 “오전 조사는 11시부터 시작해 오후 1시 30분께 종료했다”며 “오후 2시 40분부터 오후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공수처 측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윤 대통령은 체포 직후 공개된 영상 메시지에서도 공수처 수사를 ‘불법 수사’로 규정하며 조사 불응을 암시했다.
당초 이대환·차정현 부장검사가 윤 대통령 대면 조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과 달리 공수처는 검찰 출신 이재승 차장검사를 첫 타자로 투입했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이 차장은 사법연수원 30기로 윤 대통령보다 7기수 아래다. 이 차장이 검찰을 떠날 당시 검찰총장이 윤 대통령이었다. 다만 공수처는 과거 수사기관이 대통령 조사에서 예우 차원으로 진행해왔던 티타임은 갖지 않았다.
공수처는 영장 청구 전 심야 조사도 강행한다는 계획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오후 9시 이후인 심야 조사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구속영장 청구 등 긴급한 사유가 있을 때는 피의자 동의 없이도 심야 조사가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200쪽 분량의 질문을 오늘 다 소화할 계획이냐’는 질의에는 “체포 기간이 48시간이기 때문에 그 안에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구속영장은 통상 체포영장을 받은 법원에 청구하는 만큼 공수처는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서울서부지법에 윤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의 진술 협조 등을 위해 영상 녹화는 진행하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은 변호인 한 명과 함께 입회해 카메라 한 대가 있는 영상조사실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수사기관은 피의자의 진술을 영상 녹화할 수 있고 이 경우 미리 영상 녹화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 윤 대통령이 동의하지 않더라도 녹화할 수 있기는 하지만 공수처는 윤 대통령의 거부로 녹화는 강행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수처는 향후 윤 대통령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10일간 윤 대통령 조사를 이어간 후 검찰에 이첩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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