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취업자 수가 전년 대비 5만 2000명 줄어든 2804만 1000명으로 집계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2월 이후 3년 10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수출·소비 부진으로 고용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계엄·탄핵 정국 등 정치적 악재까지 더해져 ‘쇼크’ 수준의 일자리 지표가 나온 것이다. 특히 건설업(-15만 7000명), 제조업(-9만 7000명), 도매·소매업(-9만 6000명) 등에서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연간 취업자 수 증가 폭은 15만 9000명에 그쳐 전년(32만 7000명 증가) 대비 반 토막이 났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1%대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고용시장을 비롯한 실물경제에 비상등이 켜지고 있다. 정국 혼란이 지속되면 소비·투자가 크게 위축되고,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심화될 글로벌 무역 갈등은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은 한국 경제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 국가신용도를 저하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의 극한 대치와 국론 분열로 정치 불안이 길어지면 국가신용도마저 강등되면서 경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정치 위기의 실물경제 전이를 막으려면 정부와 정치권이 힘을 모아 정치 불확실성을 조속히 해소하고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여야 정치권은 경제 살리기 입법은 뒷전으로 미룬 채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정쟁만 벌이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여야정 경제협의회를 가동해 대내외에 정국 안정 시그널을 보내야 한다. 거대 야당이 ‘수권정당’이 되려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흔드는 행태를 중단하고 국정 안정에 협력해야 한다. 여당도 윤석열 대통령 비호에 앞장서는 퇴행적 행태에서 벗어나 집권당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무엇보다 여야는 반도체특별법 등 기업 투자 활성화 법안을 신속히 처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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