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5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돼 ‘사상 첫 현직 대통령 체포’라는 흑역사를 남겼다. 윤 대통령이 12·3 계엄 선포 이후 43일 만에 체포되는 모습은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우리 헌정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으로 기록될 사건으로 부끄럽고 불행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윤 대통령은 민주화 이후 6번째로 피의자로 수사 받는 전·현직 대통령이 됐는데 현직 대통령으로선 처음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현직 대통령 체포는 2022년 페드로 카스티요 페루 대통령 외에는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공수처와 경찰은 이날 새벽 4시 6분쯤 대통령 관저 앞에 도착했다. 1차 체포영장 집행 시도 때와는 달리 경호처의 저항이 거의 없는 가운데 압도적인 인해전술을 앞세워 관저의 저지선을 무너뜨리고 오전 10시 33분쯤 윤 대통령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공수처는 16일까지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조사 과정에서 대부분 질문에 묵비권을 행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녹화된 영상 메시지를 통해 “불미스러운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해 공수처 출석에 응하기로 했다”며 “공수처의 수사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체포는 윤 대통령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갑자기 계엄령을 선포해 군대를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 등에 진입시킨 것은 국헌 문란이요 민주주의 훼손이다. 윤 대통령 측은 부정선거 의혹 규명 등을 위한 ‘경고용 계엄 선포’라고 주장하지만 설득력이 없다. 또 공수처의 소환을 세 차례나 거부한 뒤 1차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는 과정 등에서 국가기관 간 충돌 장면 등이 외신을 타고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외신들은 대통령 관저 앞 윤 대통령 탄핵 찬반 세력의 극렬한 시위 광경을 전하면서 “한국의 분열을 드러낸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20일)을 며칠 앞두고 ‘트럼프 스톰’이 밀려오고 러시아와 밀착한 북한이 미사일 발사 도발 등을 하는 상황이어서 우리는 안보·경제 복합 위기에 직면했다. 정치 불안이 경제 위기로 전이되지 않도록 안정적인 국정 리더십을 재건하는 일이 시급하다. ‘현직 대통령 체포’라는 국가적으로 부끄럽고 참담한 장면과 국격을 떨어뜨리는 행태가 다시는 없도록 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수사에 적극 협조해 계엄의 진상을 소상히 밝히고 약속대로 ‘법적·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수사기관도 영장 발부 및 수사 과정에서 법과 원칙을 준수해 사법 처리 절차를 둘러싼 논란을 확대시키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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