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사와 변호인 측이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김 전 장관 측은 사법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공소 기각을 주장한 반면, 검사 측은 수사개시 권한과 진행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16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장관의 첫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검사와 김 전 장관 측은 약 1시간에 걸쳐 공소사실 인정 여부, 향후 기일 지정 등 어느 한 부분도 양보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김 전 장관 변호인단은 공소를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일개 검사가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인 비상계엄 선포 요건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전 장관 측은 “1980년대 비상계엄 판례에서 계엄의 선포와 확대 요건은 대통령 전속 권한으로, 사법심사가 되지 않는다고 되어 있다”며 “대통령의 정치행위를 사법부가 판단하게 되면 검사와 법관들이 정치적 행위를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이는 정권교체에 따라 책임을 물어야 하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사 측은 “계엄이 범죄행위일 경우 사법심사 대상이 된다는 것이 기존 판례”라며 “공소제기는 수사단계와 구속심사 과정에서 검찰의 수사권한이 명백히 인정되었고, 공범도 송치되었기 때문에 이 사건의 수사개시 권한이나 진행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은 향후 공판기일 지정에 대해서도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집중심리로 진행해야 할 것 같다”며 “검사 측이 대략적인 증인신청을 50~60명으로 잡은 점 등을 고려하면 2주 기준으로 2~3회가 어떨까 싶다”고 양측의 의사를 구했다 변호인 측은 “절대 안 된다”고 강하게 반대했다. 김 전 장관의 변호인은 “자료가 많고, 보석 신청도 해놓았다. 다른 여러 사람이 포함된 사건이기 때문에 충분한 반대조사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시간을 충분히 갖고 심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실체적 진실 발견이 중요한 것이지, 신속히 결론을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반면 검사 측은 주 2~3회 공판 진행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며 “사안의 중요성도 고려해야 하고, 과거에는 주 4회씩 재판을 진행한 사례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변호인단은 이날 계엄 선포의 동기와 합법성을 입증하기 위한 핵심 증거자료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서버 및 데이터를 언급하며 이에 대한 증거보전신청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변호인단은 “대통령의 계엄 선포 행위 자체가 부정선거 의혹을 규명하고, 선거의 적법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계엄 선포의 정당성과 구성요건에 부합하는지 확인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양측의 의견을 충분히 고려하여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이 이루어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2차 공판준비기일을 다음 달 6일 오후 4시로 지정했다.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등의 준비기일도 이날 오전에 진행되며, 재판부는 해당 피고인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사건 병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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