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인터뷰를 하게 됐습니다. 고민도 생각도 많았지만 신중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마초 흡연을 비롯해 각종 논란으로 대중 앞에서 모습을 감췄던 아이돌 그룹 빅뱅 출신의 탑(최승현)이 15일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지만 민감한 질문에도 담담하게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털어 놓았다.
그동안 언론을 비롯해 대중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이유는 소통 방법을 찾지 못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제가 갑자기 기자님들에게 뵙자고 해서 무슨 말을 하고 그럴 수는 없었다”며 “그동안 거의 사람을 만나지 않고 어둠 속에서 자기혐오에 빠져 지냈다”고 털어 놓았다. 과분한 사랑을 받았기에 자신이 저지른 과오가 너무 커 자신의 입장을 전할 면목도 없었다는 것.
그는 ‘오징어 게임’ 시즌2에서 은퇴한 약물중독자 래퍼 타노스 역을 맡았다. 캐스팅 당시부터 최근에는 연기력 논란까지 일면서 그는 ‘오겜2' 출연 배우 라운드 인터뷰 명단에도 오르지 못했다. 그와 친분이 있는 이정재와 이병헌의 추천으로 타노스 역에 캐스팅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던 것. 이에 대해 그는 오디션을 보고 참여하게 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제작사를 통해서 오디션 요청이 왔다”며 “오디션과 여러 차례의 대본 리딩을 거쳐서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겜2’는 지난 2017년 대마초 흡연 의혹이 드러난 이후로 그에게 들어온 첫 번째이자 유일한 대본이었다고 했다. 그는 “오디션에 합격을 하고도 부모님께 말씀 드리지 못했다”며 “역할이 역할이니 만큼 말씀 드리기가 어려웠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그는 “타노스 역이 저의 부끄러운 과거와 직면해야 하는 캐릭터라서 고민도 많았고 이 역할을 하게 되면 전 세계적으로 저의 이미지가 박제될 수도 있어 망설여졌다”며 “그런데 황동혁 감독님께서 저에게 유일하게 손 내밀고 용기를 주셨기에 참여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황 감독도 자신을 희화화할 수도 있는 캐릭터를 최승현이 하겠다고 했을 때 놀랐다고 했다. 캐스팅 논란 때도 최승현은 작품을 위해서 하차를 할까도 고민했다고 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작품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황 감독의 결정이었다. 캐릭터 분석을 위해 성실하게 오랫동안 노력했기에 중간에 다른 배우로 교체하는 것은 생각하지 않았다는 게 황 감독의 설명이다.
각종 논란을 딛고 어렵게 복귀했지만 이번에 그를 기다라고 있었던 것은 ‘연기력 논란’이었다. 작품에 잘 녹아들지 못하고 붕 뜨고 과장되게 연기를 했다는 것이다. 다만 국내와 해외 시청자의 반응은 엇갈린다. 해외에서는 오히려 그를 이번 시리즈에서 가장 강력하고 매럭적인 캐릭터로 꼽고 있는 것. 이에 대해 그는 “한국 시청자들에게 용서를 받아야 한다”며 “해외 팬들의 반응 보다 국내 팬들에게 용서 받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타노스는 극 중 무거운 분위기를 환기해주는 광대 같은 캐릭터라고 생각했다"며 "저와 비슷한 부분이 있는데, 절대 멋 부리거나 잘 생기게 나오려고 하지 않고 최대한 우스꽝스럽게 나오려고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타노스는 전형적인 타락한 '힙합 루저'이기 때문에 과해보이는 설정은 의도된 것이었다"며 "캐릭터 특유의 오그라드는 모습을 싫어하신 분들이 계시는 것 같은데, 원래 그런 친구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최승현은 이날 빅뱅에 관련된 여러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지난 2024년 빅뱅 데뷔 18주년을 기념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그를 빅뱅 그룹 사진에 태그한 팬들의 계정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차단했던 데 대해서는 "헤어진 가족사진을 보는 것이 괴로워서 그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빅뱅을 제 인생에서 지우고 싶은 것은 전혀 아니다"라며 "빅뱅 멤버들은 찬란하고 아름다운 20대를 함께 한 가족 같은 존재들이기 때문에 함께 했던 사진을 보는 심정은 당사자가 아니면 모를 만큼 괴롭다.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빅뱅 멤버들에게는 미안한 마음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미안해서, 염치가 없어서 그룹을 떠났다”며 “저는 확실한 걸 좋아하는 사람인데, 재결합을 원하는 팬들이나 아직도 저를 기다려주시는 팬분들께 희망 고문을 하고 싶지 않았다”고도 털어놓았다.
다시 팀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 있는 질문에는 "제가 저지른 실수가 너무 큰 실수였기 때문에 햇수로 10년이라는 시간을 멈춰있었다"며 "염치가 없어서 돌아가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난 것 같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활동 계획은 없지만, 그는 앞으로도 가수 겸 배우로서의 인생을 살아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때와 비교해 지금은 정신적으로 많이 단단해졌는데, 건강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에 용기 내서 오늘 인터뷰 자리에 나오게 됐다"며 "앞으로는 그 누구보다도 건실하게 살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집과 작업실만 왔다 갔다 하면서 음악 작업에 몰두했다"며 "제가 듣고 싶은 음악을 많이 만들어뒀는데, 오늘은 사죄하는 말씀을 드리기 위한 자리라서, 여기까지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다시 한번 과오에 대해 머리 숙여 사죄했다. "찬란하고 영광스러웠던 20대 때 저는 과분한 사랑을 받았고, 이후 제 과오로 인해 추락했습니다. 지난 세월은 지옥 같은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이 아깝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또한 제가 겪어야 했던 시간이었다고 생각하고, 그때 느꼈던 감정들을 더 잘 표현해낼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