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최초의 현직 대통령 체포가 법에 따라 이뤄졌는지 판가름하는 법원의 체포적부심에서 윤석열 대통령 측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정면 충돌했다. 공수처는 직권남용 관련 범죄로 내란 혐의를 수사할 수 있고 서부지법이 윤 대통령 주소지 관한 법원이라 체포영장 청구·발부에 전혀 법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윤 대통령 측은 내란죄 수사 권한이 없는 공수처가 전속 관할이 아닌 서부지법에 체포영장을 청구해 발부 받은 자체가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현행법상 체포적부심 결과에 따라 석방된 피의자의 경우 도주·증거 인멸 등이 아니면 같은 혐의로 재차 체포·구속할 수 없어 향후 법원의 판단이 ‘12·3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윤 대통령 수사에 있어 분기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2단독 소준섭 판사는 16일 윤 대통령의 체포적부심사 청구 사건을 심문했다. 이는 윤 대통령 측이 공수처의 체포가 부당하다며 전날 서울중앙지법에 체포적부심을 청구한 데 따른 것이다. 공수처는 이날 관련 서류를 법원에 접수하고 공격진으로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1명 등 2명을 배치했다. 윤 대통령 측도 배진한·김계리·석동현 변호사가 참여했다. 하지만 ‘충분히 입장을 이야기했다’며 이날 공수처 수사에 불응한 윤 대통령은 체포적부심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인 윤갑근 변호사는 “윤 대통령의 건강이 좋지 않고 어제 충분히 입장을 얘기했기 때문에 더 이상 조사받을 게 없다”며 공수처 수사에 대한 거부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체포적부심은 수사 기관의 체포가 적법한지 여부를 법원이 심사해 부적법하다고 판단될 경우 석방하는 제도다. 체포적부심 청구서가 접수된 때부터 48시간 이내 피의자를 심문해야 한다. 법원이 수사 관계 서류·증거물을 접수하고 결정·반환한 때까지는 체포 후 구속영장 청구 시한인 ‘48시간’에서 제외된다. 그만큼 체포적부심 청구에 따라 윤 대통령에 대한 공수처의 구속영장 청구도 늦춰진다.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적부심에서 핵심 쟁점은 수사·체포가 법에 어긋나는지 여부다. 윤 대통령측은 전날 체포적부심을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하면서 공수처가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이 없고 또 관할권이 없는 서부지법에 체포영장을 청구했다는 점을 사유로 꼽았다. 내란 혐의 수사 권한이 없는 공수처가 관할이 아닌 서부지법으로부터 발부받은 불법 체포영장으로 대통령 관저에 불법 침입해 대통령에 대한 체포를 감행했다는 주장이다. 또 공수처가 기소권이 없으며 사건을 이첩받는 서울중앙지검은 대응 법원인 중앙지법에 기소하게 되므로 중앙지법이 전속 관할권을 가진다고 강조했다. 반면 공수처는 법원이 두 차례나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수색영장을 발부하고 이의 신청도 기각하면서 공수처가 직권남용 관련 범죄로 윤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수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을 판단해줬다는 입장이다. 또 서부지법도 윤 대통령의 주소지 관할 법원이라 정당한 관할권이 있다고 주장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윤 대통령 측과 공수처 가운데 한 곳은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법원이 윤 대통령을 석방할 경우 동일한 혐의로는 재차 체포·구속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체포·구속 적부심에 따라 석방된 피의자는 같은 혐의로는 재차 체포나 구속이 불가능하다. 단 도주·증거인멸 발견 시에는 체포·구속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법원 판단으로 ‘자유의 몸’이 되면 공수처가 도주·증거인멸의 사유를 발견하지 못할 경우 내란죄 등 현재 혐의로는 그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수사 과정에서 도망가거나 증거를 인멸하는 증거를 확보하더라도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존 서부지법이 아닌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해야 한다. 반면 윤 대통령 측은 그동안 주장해온 공수처 수사의 부당성과 서부지법 체포영장 발부의 위법성을 동시에 인정받는 효과를 얻는다.
반대라면 공수처는 수사 정당성이 재차 인정받는다. 또 구속영장 청구 역시 중앙지법이 아닌 서부지법으로 진행할 수 있는 근거도 생긴다. 윤 대통령의 경우 부당·불법 수사라 주장했던 주장이 뿌리째 흔들리면서 향후 예상되는 공수처의 구속영장 청구에 이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 실질 심사)에서도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한 쪽은 12·3 비상계엄 사태의 정점으로 꼽히는 윤 대통령 수사에서 말 그대로 ‘벼랑 끝’에 놓이는 위기에 직면할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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