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에서 공무원들이 순서를 정해 사비를 들여 상사에게 식사 등 대접하는 등 이른바 ‘간부 모시는 날’ 관행이 행정안전부와 인사혁신처의 합동 실태조사 결과 아직 일선 공무원 사이에서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행안부와 인사혁신처와 합동으로 실시한 ‘간부 모시는 날’ 실태조사 분석 결과, 공무원 18.1%가 최근 1년 내 ‘간부 모시는 날’을 경험해본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 부처 공무원 10.1%, 지자체 공무원 23.9%가 1년 내 경험이 있다고 했다.
‘간부 모시는 날’은 직원들이 순번을 정해 사비로 간부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관행이다. 그간 공직사회에서 사라져야 할 잘못된 관행으로 꼽혀온 바 있다.
전체 응답자 중 91%는 ‘간부 모시는 날이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중앙부처(95.2%)가 지자체(87.9%)보다 높았다. 이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최우선 요소로는 ‘간부 공무원의 인식 개선’(37.4%)이 꼽혔다. 공무원들의 경험 빈도는 중앙행정기관의 경우 월 1~2회가 46.1%로 가장 많았다. 빈도로는 ‘주 1∼2회’가 41.5%, ‘월 1∼2회’가 40.0%였다. ‘분기별 1∼2회’ 12.6%, ‘연 1∼2회’는 5.6%였다. 모시는 대상 직급으로는 ‘부서장(과장급)’이 57.0%로 가장 많았다. ‘국장급’은 33.6%, ‘팀장급’은 5.5%, ‘실장급 이상’은 3.9% 순이었다.
이런 관행이 지속하는 이유로는 ‘기존부터 지속되던 관행이기 때문’이라는 답이 37.8%로 가장 많았다. ‘간부가 인사 및 성과 평가 등의 주체이기 때문’(26.2%) ‘대화와 소통의 기회로 삼으려는 목적’(19.3%) ‘간부 혼자 식사하는 것을 어려워하기 때문’(12.5%) 등이 뒤를 이었다.
이날 결과에 따라 행안부는 인사처 및 국민권익위원회와 합동으로 중앙·지자체 조직문화 담당부서를 대상으로 한 ‘간부 모시는 날’ 근절 회의를 연다고 밝혔다. 회의에서 나온 방안을 참고해 공직사회 간부들의 인색 개선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조사에 따르면 모셔야 하는 '간부'의 직급은 과장급의 부서장이나 국장급 이상인 경우가 다수였다. 조사 결과 간부의 직급은 부서장(과장급)인 경우가 57.0%로 가장 많았고, 국장급이 33.6%, 팀장급이 5.5%, 실장급 이상이 3.9%로 뒤를 이었다. 상명하복식 조직 분위기일수록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은 구조다.
정부는 마련한 대책을 실시한 뒤 사후 실태조사를 진행해 변화 모습을 점검하겠다고 했다. 황명석 행안부 정부혁신국장은 “실태조사로 일부 조직에서 아직 ‘간부 모시는 날’이 관행처럼 남아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관계 기관과 함께 현시점에 맞지 않은 잘못된 내용을 적극적으로 개선하겠다”고 했다.
이번 조사는 ‘e사람(중앙)’ 및 ‘인사랑(지자체)’ 시스템을 통한 설문조사 방식으로 공무원 15만4317명(중앙 부처 6만4968명, 지자체 8만9349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