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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개월만에 멈춘 가자 총성…트럼프 압박이 '결정타'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전격 합의

지도부 잃은 하마스, 태도 바꿔

바이든 요구 뭉개던 네타냐후도

특사 파견 강한 압박에 입장 선회

트럼프 취임 5일전 극적 타결

1단계 6주간 인질·수감자 교환

2·3단계 합의까진 ‘추가 변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15일(현지 시간) 가자지구 휴전에 전격 합의하면서 15개월 넘게 이어진 중동의 총성이 가까스로 멈췄다. 정권 교체기 미국의 강한 압박이 휴전 협상 타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지난해 5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제안한 ‘3단계 휴전안’을 골자로 6주간의 휴전에 돌입하기로 합의했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가자전쟁이 시작된 뒤 양측은 휴전안의 세부 사항을 놓고 건건이 부딪쳐 협상은 1년 가까이 공전을 거듭했다.

그러다 이스라엘의 암살 작전으로 하마스 최고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와 후임자인 야히아 신와르가 연이어 사살되자 구심점을 잃은 하마스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지난해 11월 트럼프가 미 대선에서 승리한 뒤 자신의 취임 전까지 휴전이 이뤄지지 않으면 중동에서 ‘지옥의 문’이 열릴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양측은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 관문은 바이든의 휴전 요구를 일관되게 뭉개고 있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설득이었다. 이에 휴전 협상 나흘 전인 11일 트럼프의 중동평화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가 바이든의 중동고문인 브렛 맥거크와 합류해 네타냐후와 직접 만나 설득한 것이 결정타가 됐다. 네타냐후 측근은 이스라엘 채널14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협상 타결을 분명하게 요구했고 위트코프는 이 엄중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1년 내내 하지 못한 일인데 트럼프의 특사는 한 차례 회의로 네타냐후를 흔들었다”고 전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도 바이든 정부 인사들이 지난 수개월간 조율하고 휴전 협상을 주도해왔으나 이스라엘 정부를 설득하고 교착상태를 진전시킨 것은 트럼프 측 압박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휴전이 트럼프를 위한 네타냐후의 ‘선물’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NYT에 따르면 네타냐후는 해당 협상 타결이 발표된 직후 트럼프에게 가장 먼저 전화를 걸어 감사를 표했다.



트럼프는 협상 타결이 공식 발표되기도 전에 트루스소셜에 “이 휴전 합의는 오직 우리의 역사적인 지난해 11월 대선 승리로 가능했다”며 과시했다. 이에 바이든도 “나의 외교는 이 일을 성사하기 위해 단 한번도 멈춘 적이 없다”며 자신의 공로를 강조했다.

실제로 이번에 합의된 안은 지난해 5월 바이든이 제시한 3단계 휴전안과 큰 차이가 없다. 1단계는 합의가 발효되는 19일부터 6주간 하마스가 매주 최소 3명씩 이스라엘 측 인질을 풀어주고 42일 차에 합의된 나머지 인원을 한번에 석방하는 계획이다. 이 기간 이스라엘은 수백 명의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을 석방하고 가자지구에서 병력을 점진적으로 철수한다.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도 늘린다.

휴전 1단계 동안 양측은 영구적인 종전을 위한 협상을 진행한다. 영구 휴전에 합의하면 2단계에 접어들며 남자 군인을 포함한 모든 생존 인질을 석방하기 위한 교환 작업이 이뤄지고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서 완전히 철수한다. 마지막 3단계에는 사망한 인질들의 유해가 가족들에게 돌아가고 가자지구 내 대대적인 재건 계획이 시작된다.

다만 휴전이 계속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최대 쟁점이었던 ‘필라델피 회랑’에 이스라엘군이 주둔하는 문제가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이란 정책도 변수다. 트럼프가 집권 1기 때처럼 이란에 대해 ‘최대 압박’ 카드를 꺼내 들면 이스라엘이 숙적인 이란을 상대로 과감한 군사행동에 나설 수 있어 중동 정세가 또다시 격랑에 빠질 수 있다.

15일(현지 시간) 가자전쟁 휴전 협상 타결 소식을 접한 이스라엘 인질의 가족들이 기뻐하며 포옹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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