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플레이션이 다시 개선되고 있다는 신호가 나오면서 월가에서 연내 두 차례 이상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되살아났다. 지난해 4분기 이후 인플레이션 개선 추세가 멈춘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이 물가 부담을 더할 것이라는 전망에 금리 동결론도 나왔지만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물가 우려를 다소 덜어냈다.
15일(현지 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현재 4.25~4.5%인 미국 기준금리가 올 연말까지 0.25%포인트씩 두 차례 이상 인하될 확률은 전날 34.7%에서 이날 50% 수준으로 늘었다. 반면 연말까지 현 수준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확률은 같은 기간 25.7%에서 17%로 감소했다.
이 같은 변화는 그동안 좀처럼 개선 추세가 나타나지 않던 CPI 상승 폭이 12월 둔화됐기 때문이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2% 올라 전월치와 시장 전망치인 0.3%를 밑돌았다. 근원 CPI는 8월부터 매달 0.3%씩 올랐지만 이번에 오름폭이 5개월 만에 둔화됐다. 전년 대비로도 3.2% 상승해 전월치와 예상치였던 3.3%를 하회했다. 12월 전체 CPI는 전년 대비 2.9% 올라 전월치(2.7%)보다 상승 폭이 커졌지만 투자자들은 근원 지수의 개선에 더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전날 12월 근원 생산자물가지수(PPI) 변동률이 0.1%로 예상치(0.3%)를 크게 하회한 데 이어 근원 CPI까지 개선을 보이면서 시장의 물가 우려가 일부 해소됐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도 12월 CPI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토머스 바킨 미국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12월 CPI는 우리가 이어온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향해 내려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스턴 굴즈비 미국 시카고 연은 총재는 “지난 몇 달을 보면 주거 분야의 인플레이션이 꾸준한 진전을 보였다”며 “올해도 연착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에 웰스파고는 올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두 차례 25bp씩 인하할 것이며 시기는 9월과 12월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프린스펄자산운용의 수석 전략가 시마 샤는 “다음 달 CPI도 개선된다면 3월에 기준금리 인하가 논의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되살아나면서 고공 행진하던 국채금리도 급락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이날 10년 만기 미국 국채금리 수익률은 전날보다 13.6bp(1bp=0.01%포인트) 떨어진 4.657%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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