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만료를 앞두고 대(對)중국 규제를 잇따라 발표하고 있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번에는 인공지능(AI) 분야의 중국·싱가포르 기업 27곳을 무더기로 거래 제한 리스트에 올렸다.
15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이날 25개 중국 업체, 2개 싱가포르 업체 등 총 27곳의 AI·컴퓨팅 업체를 ‘우려 거래자 목록(entity list)’에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새로 추가한 업체 중에는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를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는 ‘소프고(Sophgo)’가 포함됐다. 소프고는 TSMC에 주문·제작한 반도체가 화웨이 AI 프로세서에 내장된 것으로 드러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소프고는 “화웨이와 직간접적인 사업 관계를 맺은 적이 없다”고 반발했다.
중국 알리바바·텐센트가 투자자로 참여한 ‘즈푸AI(Zhipu AI)’도 제재 대상에 올랐다. 미 정부는 이 업체가 AI 연구를 통해 중국군의 현대화를 돕고 있다고 봤다. 또 즈푸AI 계열의 여러 기업과 중국 군사 부문에 관련된 기업 9곳도 우려 거래자 목록에 올랐다.
아울러 로이터는 “새 규제는 AI 애플리케이션에 사용될 수 있는 14㎚(나노미터·10억분의 1m)나 16나노 이하 반도체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짚었다. 종전 규제가 ‘7나노 이하’였던 데 비해 강도가 더 세진 셈이다.
삼성전자와 인텔·TSMC·글로벌파운드리 등 24곳이 이번 규제 적용을 받게 된다. 이들 기업은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 우려 거래자 목록에 오른 업체에 상품이나 기술을 수출할 수 없다. 다만 실사·보고 의무를 갖는 반도체 패키징·설계 업체들과 협력하는 경우 규제 목록에 포함된 업체에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
미국의 이번 규제는 AI 프로세서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조에 필요한 D램에도 보다 엄격한 제한을 부과한 것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이번 D램 규제 강화가 중국 최대 D램 업체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