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6일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행 3.0%인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원·달러 환율의 불안과 미국의 통화 완화 속도 등을 고려해 금리를 인하하지 않고 현 수준을 유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계엄·탄핵 정국으로 소비·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된 경제 현실을 감안하면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진작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금리 동결 결정으로 경기 부양의 다급함이 환율 불안에 발목을 잡힌 형국이 됐다. 최근의 환율 불안은 정치 불확실성 탓이 크다. 지난해 11월 평균 1396.4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계엄·탄핵 이후 급등하면서 12월 31일에는 1477원까지 치솟는 등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 소비 지표 및 경제성장률 악화도 우려된다. 한은 조사 결과 지난해 12월 10~17일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1월보다 12.3포인트나 급락해 2020년 3월 이후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JP모건은 정치 불확실성과 소비 심리 위축을 이유로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7%에서 1.3%로 끌어내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해 11월 금리 인하 이후 가장 큰 여건 변화는 비상계엄 사태에서 촉발된 정치적 리스크 확대”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달 20일 출범한 뒤 증폭되는 대외 변수까지 중첩되면 침체된 우리 경제는 더 악화될 수 있다. 지금은 기준금리 인하 여력이 여의치 않으므로 재정 역할을 확대해 내수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는 올 예산의 75%를 상반기에 투입하기로 한 조치를 차질 없이 진행하고, 여야는 적정 시기에 선심 정책을 배제하고 성장 동력 점화에 중점을 두는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에 대해 접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정치 불안이 경제 위기로 전이되지 않도록 정치 혼란 수습을 서두르는 일도 중요하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석좌 등은 복합위기에 처한 한국을 향해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정화에 집중할 때”라고 조언했다. 여야는 여야정 국정협의회를 가동해 정쟁 중단과 경제 살리기 법안 조속 처리에 합의해야 할 것이다. 특히 ‘수권 정당’의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반도체·원전 간담회에 나선 더불어민주당은 경제 회복을 위해 적극 협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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