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전세와 전세사기로 인한 전세보증 사고액이 지난해 4조 5000억 원에 달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전세계약은 전셋값이 꺾인 2023년 전후로 체결된 계약분인 만큼 올해는 전세보증 사고액이 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6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해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HUG가 대신 내줘야 하는 금액은 4조 4896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전년보다 3.6%(1549억 원) 증가했다. 2023년부터 2년간 발생한 전세보증 사고액은 9조 원에 달한다.
전세 보증사고를 당한 세입자에게 지난해 HUG가 내어준 돈(대위변제액)도 전년보다 12.4% 증가한 3조 9948억 원으로 역시 사상 최고치다.
전세보증 사고 규모는 2021년 5790억 원, 2022년 1조1726억 원에서 2023년부터는 4조 원대로 급격히 늘었다. 집값과 전셋값이 고점이었던 2021년 전후로 맺어진 전세계약 만기가 돌아온 상황에서 전셋값이 하락하자 빌라 갭투자를 한 집주인들이 대거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규모 전세보증 사고와 대위변제액 증가로 HUG의 영업 손실도 2023년에 이어 2년 연속 4조원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부동산 가격 급등기에 체결했던 전세계약이 마무리되면서 월별 전세보증 사고 규모는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월 기준 4000~6000억 원 대의 전세보증 사고가 발생했지만 하반기에는 2000~3000억 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에 HUG는 올해부터 전세보증 사고액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HUG 관계자는 “그 동안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세가 비율)이 90~100%인 물건에서 대부분 전세보증 사고가 발생했다”며 “2023년 5월부터 보증 가입을 허용하는 전세가율을 100%에서 90%로 조정했기 때문에 올해부터 본격 보증사고 발생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당분간 대규모 영업손실이 불가피한 만큼 HUG에 대한 정부의 자본금 확충이 불가피하다. 자본금이 충분해야 HUG가 분양, 전세 보증 등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HUG에 출자한 금액은 2021년부터 4년간 5조 4739억 원에 이른다. 침체한 건설·부동산 경기를 떠받치기 위한 HUG의 보증 공급 역할이 커지면서 올해도 조 단위 자본 확충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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