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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미분양' 발목 잡힌 KB신탁, 사옥 팔고 비용절감 '고삐'

상반기 강남N타워 매각해 특별배당 예정

2년 만 -861억…누적 손실 불어난 탓

강남N타워 전경. 사진 제공=KB부동산신탁




KB부동산신탁이 사옥을 이전한다.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그간 공격적으로 늘려온 책임준공형 토지신탁의 손실이 불어난 탓이다. 기존 사옥은 매각해 특별배당 수익을 확보할 예정이다.

1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KB부동산신탁은 상반기 내 사옥 매각을 마무리하고 오는 5월께 계열사 KB라이프생명보험이 보유한 양재 KB라이프타워로 이전한다.

현재 KB신탁은 강남구 테헤란로 129번지에 위치한 '강남N타워'를 사옥으로 사용하고 있다. 지하 7층~지상 24층, 연면적 5만 1126㎡ 규모다. 인근에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과 역삼역이 위치해 있다.

KB신탁은 이 건물을 2018년 4680억 원에 매입해 'KB강남오피스제1호리츠'를 통해 보유하고 있다. 주요 주주는 △군인공제회(18.37%) △새마을금고중앙회(12.24%) △NH투자증권(5.10%) 등이며 KB신탁도 보통주에 100억 원(3.57%)을 투자했다.



KB신탁은 내달 입찰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회사가 희망하는 매각가는 3.3㎡(평) 당 4500만 원 수준으로 약 7000억 원에 달한다. 리츠업계의 한 관계자는 "연초라 매물이 많지만 강남N타워는 강남권(GBD) 내 교통 요지에 위치한 신축 오피스인 만큼 회사가 원하는 가격에 거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회사는 강남N타워 매각 후 사옥을 인근 양재동에 위치한 KB라이프타워로 이전할 예정이다. KB신탁 관계자는 "강남역과 양재역 오피스 임대료 차이가 있어 지금보다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B신탁이 이처럼 비용 절감에 나선 것은 그간 공격적으로 늘려왔던 책준형 토지신탁 사업이 2023년 이후 적자 전환하며 재무여력에 빨간 불이 켜진 탓이다. 부동산 경기가 꺾이고 지방을 중심으로 분양 경기가 악화하면서 회사의 계정대여금 투입이 늘어나고 기존 대여금 회수가 어려워지며 자금 경색이 발생했다. KB신탁은 2022년까지 무차입 경영을 이어왔으나 2023년 841억 원 적자에 이어 지난해 3분기에도 861억 원의 누적 손실을 기록했다.

2024년 9월 말 기준 1년 내 책임준공 기한이 도래하는 사업장이 전체 사업장의 약 77%를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도 자금 유출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책임준공 기한을 지키지 못한 사업장도 13곳에 이른다. 여윤기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신탁계정대가 발생하면서 재무부담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올해도 책임준공 기한을 준수하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재무부담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사비가 크게 오른 데다가 미분양이 적체되며 지역 건설사들의 도산이 잇따르고 있는 만큼 올해도 사업 환경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KB신탁은 이같은 업황을 고려해 이달 초 부산과 대점에 있던 지점을 모두 폐점했다. 각각 1997년, 2006년 설립한 만큼 28년 만에 무점포 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또다른 리츠업계 관계자는 "지방에 신탁사 지점이 있는 경우가 별로 없는데 KB신탁이 후발주자로 참여하면서 공격적으로 영업을 늘려 왔었다"며 "시장이 좋을 땐 거의 리스크 없이 수익을 낼 수 있었지만 보릿고개가 길어지면 유상증자 등 지주의 추가 지원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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