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드라마 ‘트윈 픽스’와 영화 ‘블루 벨벳’ ‘광란의 사랑’ 등을 만든 미국의 거장 감독 데이비드 린치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78세.
16일(현지 시간) 유족은 린치 감독의 페이스북 계정에 “우리 가족은 깊은 슬픔을 느끼며 예술가이자 한 인간인 데이비드 린치의 별세를 발표한다”고 썼다. 사인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린치는 지난해 만성 폐 질환인 폐기종 진단을 받고 더는 집 밖으로 나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린치는 이전에 없던 실험적이고 초현실적인 작품들로 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에서는 ‘컬트 영화의 대부’로 영화 팬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린치는 1970년 로스앤젤레스(LA) 미국영화연구소(AFI) 산하 영화학교에 입학해 저예산으로 첫 장편영화 ‘이레이저 헤드’를 만들었다. 기괴한 이야기와 영상을 담은 이 영화는 영화사에서 컬트 장르의 고전으로 꼽힌다. 이어 1980년에 개봉한 ‘엘리펀트 맨’이 흥행과 비평 모두에서 큰 성공을 거뒀고 아카데미(오스카상) 작품상과 감독상, 각색상 후보에 올랐다. 섹스와 폭력을 집중적으로 다룬 몽환적인 영화 ‘블루 벨벳(1986년)’도 주목받았다. 1990년에 내놓은 영화 ‘광란의 사랑’으로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거장으로 발돋움했다.
린치 감독의 작품 중 대중적으로 가장 흥행한 작품은 TV 드라마 시리즈 ‘트윈 픽스(1990∼1991년)’다. ‘트윈 픽스’는 한국에서도 1993년 지상파 채널에서 방영돼 큰 인기를 끌었다.
린치는 ‘멀홀랜드 드라이브’로 칸영화제에서 또 감독상을 받는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았지만 오스카상은 후보(작품상·감독상 등)에만 4차례 올랐고 수상은 하지 못했다. 2020년 오스카 평생 공로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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