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으로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적부심이 기각되고 구속 심사가 진행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윤 대통령 측의 영장 심사 다툼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 측은 “현직 대통령으로 도주 우려가 없고 국가원수를 구속시키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논리를 내세워 구속 필요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공수처는 내란죄의 중대성과 그동안 공수처 수사에 비협조적이었다는 점을 들어 구속영장 발부의 필요성을 강조한다는 방침이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의 재범 위험성이 있고 수사를 회피하기 위해 ‘공수처의 위법 수사 주장→영장 집행·조사 거부’ 전략을 펼친 것을 들어 구속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 검찰은 다음 달 윤 대통령을 재판에 넘긴다. 현직 대통령으로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 심판과 형사재판을 동시에 받게 된다.
공수처는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윤 대통령에 대한 조사 없이 17일 서울서부지법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윤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 실질 심사)은 18일 진행되고 이르면 같은 날 저녁께 구속 여부가 결정된다. 공수처는 “범죄의 중대성과 재범 위험을 고려해 구속영장 청구했다”며 “심사에는 검사 6~7명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 구속영장에는 체포영장과 비슷하게 위헌·위법한 비상계엄과 포고령으로 국회를 봉쇄하고 국회의원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의 체포와 구금을 시도한 혐의와 군경을 동원해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이 담길 것으로 관측된다.
윤 대통령 측과 공수처는 대통령의 구속 필요성을 두고 치열한 법리 다툼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 측은 영장 실질 심사 자리에서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없기 때문에 구속 필요성도 없다고 주장할 방침이다. 그동안 “서울서부지법의 영장 심사는 위법”이라는 윤 대통령 측의 주장도 사라졌다. 또한 국헌문란 목적과 폭동 행위도 없었기 때문에 내란죄 성립 자체가 안 된다는 주장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법률 대리인인 석동현 변호사는 이날 서울구치소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변호인들이 사건의 본체와 구속 필요성에 대해 강력히 변론할 것”이라며 “현직 국가원수를 구속한다는 것은 많은 문제가 있어 구속의 상당성에 대해 다툴 것”이라고 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조사 거부를 두고 구속 필요성을 강조할 방침이다. 그동안 윤 대통령 측이 공수처 수사 자체를 위법 수사라며 영장 집행과 체포 후 조사를 거부한 점이 거꾸로 구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전날 윤 대통령 측 법률 대리인이 서울중앙지법에 체포가 적법한지 체포적부심을 청구했는데 곧바로 기각된 것도 공수처가 주장할 중요한 논리다. 석 변호사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공감을 얻어내지 못해 아쉽게 생각한다”며 한발 물러섰다.
구속영장 발부나 기각은 통상 △범죄의 중대성 △증거인멸 우려 △도망 염려 등을 종합적으로 따진다. 윤 대통령의 경우 내란죄의 중대성과 그동안 공수처 수사에 비협조적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구속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윤 대통령이 구속되면 20일간 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받게 된다. 검찰과 공수처는 지난해 12월 10일씩 나눠 윤 대통령을 조사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공수처가 먼저 조사한 뒤 검찰이 윤 대통령을 나머지 10일간 조사하고 기소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다만 영장 기각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비상계엄 사태의 증거는 상당 부분 확보됐고 현직 대통령 신분인 점을 고려하면 도망 염려가 거의 없다. 실제 2023년 9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됐을 때 기각 사유로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방어권 보장 필요성과 증거인멸 염려 등 종합하면 구속의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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