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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양만 멕시칸…120년 한인 이민史 잊지 않죠"

■김도희 멕시코시티한인후손연합회 회장

증조부도 이민 1세대, 노예의 삶 견뎌

후손 3만여명 '한국이 뿌리' 자부심

'한국 이민자의 날' 지정, 위상 높아져

'한류열풍' 멕시코는 기회의 나라

한인사회 소통·유대강화 힘 보탤 것





“120년 전 이곳 멕시코로 건너온 우리 선조들은 언제나 한국을 그리워했습니다. 그 후손들은 지금 외모와 언어는 현지화됐지만 ‘나는 한국인’이라는 사실과 자부심으로 멕시코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김도희(멕시코 명 마르타 김·사진) 멕시코시티한인후손연합회 회장은 1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e메일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와 할아버지로부터 ‘너는 한국인임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는 말을 듣고 자라서인지 내 뿌리인 한국에 대한 애착은 누구보다도 강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1965년 멕시코 멕시코시티에서 태어난 김 회장은 마취과를 전공하고 현재 통증클리닉 의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인후손연합회장으로서 멕시코 내 한인 후손들 간 소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는 한국인이 멕시코로 이민을 간 지 120주년 되는 해로 김 회장의 증조부 김진옥 씨는 이민 1세대다. 김진옥 씨는 1905년 초 ‘묵서가(墨西哥·멕시코를 뜻하는 한자어)’ 근로자를 모집하는 신문 광고를 봤다고 한다. 높은 임금과 임대주택 무료 제공이라는 문구에 눈길이 끌려 그해 4월 4일 인천 제물포항에서 영국 상선 일포드호에 몸을 싣고 먼 타국 멕시코로 떠났다. 당시 그 배를 탄 한국인은 1033명이었고 김진옥 씨 역시 이들 중 한 명이었다.



김 회장은 “멕시코에 도착하자마자 우리 증조부를 비롯한 한국인들은 헤네켄(선인장의 일종) 농장으로 끌려가 고된 노동과 심한 신체적 학대를 당했다고 들었다”며 “결국 이들은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노예였다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조국은 이미 국력이 약화돼 도움을 줄 수 없었고 이렇게 멕시코 한인들의 역사는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민 1세대들이 멕시코로 떠나고 몇 년 후 대한제국은 일본에 강제 합병돼 조국이 없어지는 비극을 맞았다. 먼 타국에서 이런 소식을 들은 멕시코 한인들의 슬픔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김 회장은 “나라가 없어졌다는 소식에 멕시코로 온 선조들은 밤새 울고 또 울다 잠이 들곤 했다”면서 “당시 많은 한인들이 돈을 모아 독립 자금으로 보냈고 우리 아버지도 여기에 적극 동참했다”고 전했다. 그의 부친 김희성 씨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노태우 정부 때 대통령 훈장을 받았다.

멕시코 이민의 첫 시작은 이처럼 슬픈 역사로 점철됐지만 현재 한인들은 멕시코의 일원으로 각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한국이라는 뿌리를 잊지 않기 위해 한인후손연합회를 중심으로 끈끈한 유대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김 회장은 “현재 멕시코에는 이민 1세대의 후손들이 3만여 명 정도 살고 있는데 사업을 하는 이들도 있고 멕시코 내 탄탄한 기업들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다”며 “2021년 멕시코 연방정부는 5월 4일을 ‘한국 이민자의 날’로 정할 정도로 멕시코에서 한국 이민자의 위상은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1905년 5월 4일 멕시코에 도착한 1033명의 첫 한인들의 이야기가 기억되고 그들의 강인함이 오늘날 멕시코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며 “앞으로 여러 세대에 걸쳐 우리 한인들이 멕시코에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한인후손연합회가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김 회장은 해외 진출을 고민하는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멕시코를 추천하기도 했다. 그는 “멕시코는 기회의 나라이며 모든 외국인을 잘 포용한다”면서 “특히 이곳에서도 한류 열풍이 거세 한국인들이 활동하기에 좋으니 멕시코에서 자신의 꿈을 펼쳐 보라”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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