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지역 2위 건설사이자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순위 103위를 기록한 대저건설이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건설 경기 침체로 미수금이 쌓인 가운데 공동 시공사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로 연쇄 타격을 입으면서 재무 상황이 급격히 악화했다. 신동아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 10일 만의 일로 중견 건설사의 연쇄 도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저건설은 신동아건설과 서울 마곡 마이스(MICE) 복합단지 개발사업을 공동 시공한 곳이기도 하다.
17일 건설 업계에 따르면 대저건설은 전날 부산회생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1948년 설립된 대저건설은 경남 김해에 본사를 둔 도내 2위 건설사다. 철도·도로·항만 등 인프라 시공을 주로 하다가 주택·도시 개발로 사업을 확장했다. 2023년에 3021억 원의 매출을 냈지만 5억 4000만 원의 영업손실이 났다. 대저건설 관계자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서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해 미수금이 크게 늘었다”며 “원자재 값도 크게 올라 현장의 원가율이 100~140%에 달하다 보니 최근 1~2년 사이 재무 부담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저건설은 공동 시공사로 참여한 마곡 마이스 복합단지 개발사업에서 300억 원이 넘는 공사비를 시행사로부터 받아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곡 마이스 복합단지 개발사업은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업무시설, 오피스텔, 전시·컨벤션 센터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신동아건설도 지방 미분양 문제가 심화하던 가운데 이 사업장의 미수금이 단초가 돼 법정관리 신청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저건설은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한 사업에서 공동 시공사들이 무너지면서 연쇄 타격을 입었다. 경남 창원현동 A-2BL 공공주택 건립공사의 주관사를 맡은 남양건설이 지난해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공동 시공사였던 대저건설이 채무 인수를 하며 상황이 악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견 건설사의 연이은 법정관리 신청으로 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 지방 건설사 관계자는 “현장에서 느끼는 인건비와 원자재 값 인상 폭은 통계보다 훨씬 가파르다”며 “무엇보다도 지방 미분양이 심각한 상황에서 시공사들은 책임준공 의무에 묶여 있어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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