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실직 사실을 가족에게 숨기려는 사람들을 위한 '가짜 출근' 서비스가 등장해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7일 보도했다.
하루 29.9위안(약 5600원)에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점심식사가 포함된 '가짜 출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또 다른 업체는 50위안(약 9400원)을 받고 가죽 의자에 앉아 '사장님' 포즈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한 서비스 제공자는 "대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남는 사무실을 활용해 실직자들에게 공간을 제공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같은 현상은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받아 관련 토픽이 1억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실직자들의 심리적 부담을 덜어준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 반면 "현실 도피를 조장하고 구직 활동을 방해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항저우의 전직 이커머스 직원 자웨이는 회사 파산 후 커피숍에서 구직 활동을 하며 퇴근 시간에 맞춰 귀가했다고 전했다. "실업이 주는 스트레스가 크지만, 부정적인 감정을 가족에게 전하고 싶지 않았다"며 “때로는 야근을 가장하기 위해 늦게 귀가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후베이성의 반도체 업계 종사자 천(29)은 해고 후 여자친구에게 알리지 않고 2개월간의 퇴직금으로 도서관에서 3월에 있을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16~24세 청년 실업률은 지난해 6월 21.3%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당국은 수 개월간 통계 발표를 중단했다가 학생을 제외하는 등 산출 방식을 변경해 발표하고 있다. 우한과기대 장용 교수는 "이는 중국의 '고립된 현상'"이라며 "사회적 성공에 대한 압박이 크고, 청년들의 취업 기대치가 높은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실직은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